피의자 적시된 문재인 전 대통령…"정치보복 중단하라" 야당 반발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지자 야권이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검찰에서 적정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내각·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하고 전임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의 칼을 분명하게 꺼내 들었다"며 "지난 2년의 끝없는 칼춤은 결국 전임 대통령을 모욕주고, 괴롭히고, 결국 수사선상에 올리기 위해 처음부터 계획된 작전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낭독된 성명서에는 내각 출신 권칠승·박범계·박지원·이개호·이인·전현희·진선·추미애·한정애 황희 의원, 청와대 참모 출신 고민정·권향엽·김기표·김승원·김영배·김우영·김태선·김한규·문대림·문정복·민형배·박상혁·박수현·복기왕·송재봉·신정훈·윤건영·윤종군·이기헌·이용선·이원택·전진숙·정태호·진성준·채현일·한병도·한준호 의원 등 37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가 의심하면서도 설마 설마 했던 일이다. 모두가 걱정했지만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랐던 일"이라며 "어떻게 전 사위의 취업이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전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면 국민의 시선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대단한 착각"이라며 "현 정부가 이처럼 극악한 수법으로 자신들의 위기를 돌파하려 하면 할수록 국민의 분노는 더더욱 용산을 향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전임 대통령에 대한 억지 정치 보복은 중단하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회견 이후 취재진과 만나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이 향후 추가 공동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한 문 전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말에는 "실무 차원의 보고는 드렸지만 특별히 전한 말씀은 없었다"며 "다만 누구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던 (문 전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려 보건대 대단히 안타까워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전날 본인의 SNS(소셜서비스)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정치 보복을 단호히 배척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글에서 "전 정권에 보복하고 야당 탄압한다고 해서 민생이 나아지지도, 국면이 전환되지도 않을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당 차원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야당 탄압 정치보복 수사로 민생경제가 좋아지나. 전임 대통령을 망신 준다고 친일 인사들을 기용해 역사와 독도를 팔아넘기려는 매국적 폭거가 가려지나"라며 "검찰의 업보가 쌓이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과 검찰의 정치보복 수사를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했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1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검찰청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옛 사위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08.31. [email protected] /사진=김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해당 수사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는데 국정 운영에 있어서 언제나 전 정부 탓을 하는 것 같다"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3년째 계속한다는 게 도대체 도리에 맞는 일"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다음날인 1일에도 SNS에 "검찰이 문 전 대통령 손자의 아이패드를 압수해갔다. 김건희 '박사'의 경우 수첩 하나라도 챙겼나"라고 썼다.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한연규)는 지난달 31일 다혜씨의 서울 자택과 제주도 별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2018년 3월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후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채용, 가족의 태국 이주 등이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다혜씨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검찰에서 적절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의혹이 있는 곳에서는 누구나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분이 어떻게 연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 항공사에 취직해 해외 근무를 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 들여다볼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