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모두 외면한 특별감찰관…7년간 혈세 44억 줄줄

2016년 9월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직 이후 후임자 임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사무실 임차 관련 비용으로만 7년 동안 44억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감찰관 임명이 어렵다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등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023년도 법무부 결산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실은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의 특별감찰관 사무실(264평 규모) 임차·관리비용으로 지난해 총 5억2900만원, 월평균 4400만원을 집행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사직한 다음해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5억~7억원씩 7년 동안 총 44억3700만원이 사무실 임차·관리비로 쓰였다.


현재 특별감찰관실에서는 행정안전부와 조달청에서 파견된 공무원 2명과 무기계약직 공무원 1명이 사무실 유지와 자료보존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특별감찰관 임명이 미뤄지면서 사실상 실질 업무는 없이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예산낭비는 특별감찰관실 전원이 결원이었던 2017년부터 매년 반복됐다.

특별감찰관법 등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실은 △특별감찰관 1명 △특별감찰관보 1명 △감찰담당관 6명으로 구성되고 관계기관으로부터 20명 이내의 공무원을 파견받을 수 있다. 최대 28명이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이 매년 5억원이 넘는 임차·관리비만 내면서 개점휴업 상태라는 얘기다.

국회는 매년 특별감찰관 공석에 따른 예산 낭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사무실 이전시 위약금(4개월분 임대료와 관리비) 지급, 이사 비용 소요, 특별감찰관 임명시 사무실 확보 필요 등을 이유로 7년째 주인 없는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문재인정부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범위가 중복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임명이 미뤄졌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공무원을 감찰하는 역할을 맡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특별감찰관 폐지 검토도 제안했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여당이 특별감찰관 임명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한 데 대해 야당이 난색을 표하면서 임명절차가 기한 없이 미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 (추천이) 오면 임명하겠다"며 "법에는 만들어졌지만 장기간 못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어떻게든 정해주면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특별감찰관 사무실 계약기간은 내년 1월10일까지다. 계약내용에 따르면 기간만료 3개월 이전인 올해 10월10일까지 임대차 갱신과 관련 조건을 협의할 수 있다. 이 기간에 사무실 이전을 결정할 경우 위약금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국회 법사위는 청진동 특별감찰관 사무실 임차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세종·서울·과천 등 정부청사 내 유휴공간을 사무실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