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금투세 개편에 공감대…한동훈 "폐지"·이재명 "완화"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대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2024.9.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를 이대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한 대표는 "금투세를 폐지하는 데 국민의힘이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당장 시행하는 건 정부 시책에 부족함이 있는 면이 강하다.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서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자본시장의 밸류업 정책으로 자산형성의 사다리를 더 많이, 더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금투세를 폐지하는 데 국민의힘이 집중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청년의 삶에 집중해야 한다. 주거격차, 자산격차, 돌봄격차, 교육격차를 줄이고 좁히는 정치를 하자는 말씀을 드린다"며 "'1대 99'식의 국민들 갈라치기 정치프레임은 개미 투자자들 모두가 피해본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 대표도 금투세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오늘 의미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금투세를) 지금 당장 시행하는 건 정부 시책에 부족함이 있는 면이 강하다"며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서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금투세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비정상적 상황이기 때문에, 세계 대부분 국가가 갖고 있는 금투세를 지금 적용하면 안 그래도 비정상인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주식시장 살리기, 주식시장 부스트업을 위한 정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시장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주주보호를 위한 상법개정, 주주 충실의무 확대 등 소수 주주를 보호하는 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공동취재)2024.9.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전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 등에 대해서는 의견차이를 보였다.

한 대표는 "민주당은 현금 살포를 민생 대책으로 말하지만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돼 있고 개인들이 느끼는 격차의 질과 수준이 다 다르므로,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똑같은 복지가 아니라 모두의 필요에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생각"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금을 4인 가족 기준 연간 240만원으로 늘린 것이나 저소득 대학생에 월 20만원의 주거장학금을 신설하는 것, 사병 월급을 205만원으로 늘린 것이 그 실천이다. 이런 민생대책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현금 살포처럼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효과적이다"고 했다.

반면 이 대표는 "현금 지원이라고 하셨는데 좀 잘못 알고 계신다. 특정 기간 내에 쓰지 않으면 소멸하는 소멸성 소비 쿠폰"이라며 "선별지원과 차등지원을 하겠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니 적정선에서 지원하자"고 했다.

이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특검을 하자고 했고 저희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한 대표가) 조건을 또 붙이셨는데, 증거조작도 특검하자고 했다.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에게 "입장이 난처한 건 이해한다. 그러나 공당이란,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란 자신이나 개인 또는 주변의 특별한 문제 때문에 국민적 대의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을 너무 잘 알 것"이라며 "(한 대표가) 말씀하신 것이기도 하고, 해야될 일이기도 하고 그러니 이제 결단을 내려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소소한 조건을 추가한다면 저희가 적극 검토하겠다"며 추가 조건 수용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표 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2024.9.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현재 응급실 등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의료공백 상황에 대해서는 야당 대표 모두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의료개혁도 결국 민생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다만 당장의 의료공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우리 정치의 임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당 대표로서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면서 당장의 국민들 염려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의료공백을 이번 회담 의제로 선정하지 않은 것이) 참 안타깝다"면서도 "의료 대란 대책을 국회 내에서 여야 모두 함께 만들어 해법을 강구해보자"고 했다.

이 밖에도 한 대표는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날 선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편 전체 회담 시간은 90분 내외로 예정돼있다. 한동훈·이재명 대표가 생중계로 공개 발언을 한 뒤 비공개로 양당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해 3대3 회담을 이어간다.

여야 대표가 공식 의제를 갖추고 논의 테이블에 앉는 건 2013년 황우여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 간 회담 후 11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