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과 통영시 해상경계는 어디…헌재 "중요 무인도 고려해야"

헌법재판소 청사

헌법재판소가 중요 무인도를 기점으로 고려해 경남 남해군과 통영시 두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해상 경계를 획정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남해군과 통영시 사이의 해상경계 권한쟁의 사건에서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경상남도의 구돌서와 두미도·욕지도·갈도·상노대도·하노대도 사이의 해역 중의 해상 경계를 획정하기로 결정했다.


통영시와 남해군은 둘 다 경상남도 남해안을 바라보며 각각 동서로 있다.

2021년 4월 풍력 주식회사 A사는 남해군에 해상 풍력 발전사업 예상 장소 등을 문의했다. 남해군은 이에 "새우 조망어업구역은 우리 군이 공유수면관리청이나 그 외 해역에 대해서는 우리 관리 권한이 미치는 해역의 범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밝혔다.

답변받은 A사는 통영시 측에 새우 조망어업구역을 제외한 동쪽 해역에 대해 공유수면 사용 신청했고 통영시는 이를 허가했다. 남해군은 이에 반발해 허가 처분의 취소를 요구했다. 이로써 둘 사이 해역에 대한 자치 권한을 두고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이 촉발됐다.

경상남도의 구돌서와 두미도, 욕지도, 갈도, 상노대도, 하노대도 사이의 해역 중 도면 표시 1부터 121 사이의 각 점을 순차적으로 연결한 선의 왼쪽 부분에 대한 관할권한은 남해군에게, 위 선의 오른쪽 부분에 대한 관할권한은 통영시에게 돌아갔다./사진=헌법재판소

쟁점은 두 지역 사이에 있는 무인도인 '구돌서'가 됐다. 헌재는 먼저 관습 등을 따지고자 불문법을 살폈다. 그 결과 "구돌서 북·남·서쪽 해역은 청구인(남해군)이 구획어업허가를 통해 행정권한을 행사해 왔고 지역 어민들도 독점·배타적으로 새우 조망어업을 영위해왔다"며 "불문법상 해상경계의 성립이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이를 넘어서는 구돌서 동쪽 해역은 경계가 설립되어 있지 않다고 봤다.

이어 형평의 원칙을 살폈다. 헌재는 구돌서가 '주민들의 삶과 생활에서 불가결한 기반이 되는 섬'인 중요 무인도로 기점에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남해군 어민들이 구돌서 인근에서 조업 활동을 하고 섬에 있는 등대 불빛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다.

헌재는 "쟁송해역을 둘러싼 도서의 존재, 행정권한 행사 연혁, 주민들의 생업과 편익, 관련 행정구역의 관할 변경, 지리상의 자연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통영시 관할 유인도인 두미도·욕지도·갈도·상노대도·하노대도와 남해군 관할 무인도인 구돌서의 해안선을 기점으로 한 등거리, 중간선으로 획정했다"고 결정했다.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김형두는 반대의견으로 "무인도인 구돌서를 기점에 포함하더라도 그 가중치를 다른 유인도들과 다르게 부여함으로써 잠정적인 등거리·중간선을 조정해야 한다"고 봤다. 무인도이기에 가중치를 3분의 1로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헌재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육상경계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해상경계는 그동안 불명확했고, 관련 법령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의 해상관할 구역과 경계에 대해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형평의 원칙에 의해 해상경계를 획정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