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피해서 디코? 딥페이크 더 쉽게 잡힌다

/사진=디스코드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 게임 메신저 디스코드가 딥페이크 음란물 등의 주요 유통 경로로 활용된다. 최근 딥페이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텔레그램이 음란물의 '온상'으로 지목되자 도피처를 찾아나선 셈이다. 하지만 디스코드의 경우 외국 메신저 중 드물게 국내 수사당국에 협조하는 경우가 많아, 디스코드에서 음란물을 유통할 경우 적발되는 건 시간문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메신저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10대 사이에 딥페이크 등 음란물이 유통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2015년 시작된 디스코드는 10대를 중심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주로 쓰이는 메신저다. 전 세계에서 2억명 가량의 가입자를 보유했는데, 이 중 대다수는 게임 이용자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지난달 국내 이용자(MAU, 월간활성이용자)는 542만명에 달했다.


디스코드는 게임을 이용하는 연령대에게 인기가 있는 데 가입 조건이 국내 메신저에 비해 까다롭지 않은 점 때문에 10대 사이 음란물 유통 경로로 활용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텔레그램을 통한 딥페이크 공유 방식 등이 널리 알려지면서 학부모와 일선 교사 등이 텔레그램 사용자를 전수조사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자 대체제로 디스코드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부산경찰청은 디스코드를 통해 유명 연예인과 유튜버 등의 딥페이크를 만들어 디스코드에서 판매한 혐의로 미성년자 A군(18)을 지난 4일 구속하고 2명을 추가 입건했다. 이들로부터 딥페이크 등을 구매한 63명도 모두 수사선상에 올랐다.

디스코드를 통한 음란물 유통이 문제가 되는 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사태가 일어난 당시에도 디스코드를 통해 조주빈 일당이 만든 성착취물 일부가 유포되기도 했다. 2021년에도 디스코드에서 음란물을 판매하던 10대 12명이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디스코드를 이용한 음란물 유포는 비교적 단속이 쉬운 것으로 전해진다. 텔레그램과 달리 미국의 디스코드 본사가 각국 수사당국에 협조적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덕분이다. 미국에서도 디스코드를 이용한 미성년자 성착취물 공유가 문제가 되면서 FBI 등에 의해 뭇매를 맞은 영향이 컸다.

디스코드는 2020년부터 일관되게 "각국 수사 요청에 적극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사가 개시되기 전 음란물을 자체적으로 필터링하기 위해 2021년 AI기반 필터링기술을 보유한 '센트로피'를 인수하며 메신저로 유통되는 콘텐츠 관리에 힘써 왔다. 한국 경찰 등의 수사 협조 요청에도 구글이나 메타 등에 비해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코드는 본인 인증을 요구하지 않고 가입이 가능해 이용자들 사이에선 텔레그램처럼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본사 차원에서 수사당국에 자료를 제공하는 순간 접속 기기와 위치 정보 등이 모두 파악되는 만큼, 디스코드를 이용한 딥페이크 공유 역시 분명히 적발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