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팔고보자" 서울도 최고 1.2억 분양가 할인

머니투데이

송충현 기자

아파트 분양가 할인이 수도권으로 '북상'하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가 할인을 통해 미분양 사태를 피하려는 업체가 늘고 있다. 지방에서 주로 나타나던 분양가 할인 현상이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를 타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최고 1억2000만원까지 할인해줘
이 같은 현상은 분양가를 낮춰 물건을 털어버리는 편이 미분양 단지를 만드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당초 분양 때보다 최고 1억2000만원까지 할인 분양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현대엠코는 지난달 20일부터 동작구 상도동 '엠코타운' 118㎡의 분양가를 8억7000만~9억4000만원으로 낮춰 분양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분양을 시작했을 때보다 1억~1억2000만원이 낮은 금액이다. 현대엠코 분양담당자는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분양가를 낮췄다"고 말했다.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하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 힐스테이트'의 분양가는 3.3㎡당 2900만~3100만원 선인데 이는 인근 반포자이(3.3㎡당 3850만원)보다 20% 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최근 청약을 마친 강남구 역삼동 '래미안 그레이튼'(진달래 2차)의 3.3㎡당 분양가는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그레이튼'(진달래 3차)의 90% 수준인 2600만~2968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마포구 공덕동의 '롯데캐슬 프레지던트'는 인접한 용산과 여의도 주상복합 분양가(3.3㎡당 3000만원선)보다 저렴한 평균 1900만원 선에서 잔여가구를 분양 중이다.

◇어떻게든 팔아야…울며 겨자먹기식 분양가 할인
수도권에서 분양가를 낮추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이야 워낙 미분양 사태가 심각해 분양가를 낮춰도 큰 문제가 없지만 수도권의 분양가 인하는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사정은 이렇지만 업체들이 할인분양에 나서는 것은 분양에 실패해 기업 자체가 흔들리는 것 보다는 분양율을 높이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률이 70%는 돼야 원활한 사업 진행이 가능해진다"며 "토지 확보를 위해 받은 대출의 금융비융도 갚고 공사비도 충당하려면 초기분양률을 높이는 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 건설사들에게 분양가 할인은 양날의 검이다. 분양가 할인정책이 위기탈출의 출구가 될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