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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와 똑같은 게임의 ‘살인 훈련’…게임, 질병으로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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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09.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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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살인 세대’…비디오게임, 공격성, 그리고 살인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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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땐 게임을 질병코드로 인식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를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게임이 하나의 창의적 콘텐츠와 미래 산업 먹거리의 전초기지로 인식된다는 긍정적 함의에도 불구하고, 게임 중독이 낳는 문제의 심각성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살상 범죄다. 1997년 미국 캔터키주 퍼두커에서 고등학교 1학년 14세 남학생이 학교 로비에서 기도하는 학생들에게 8발의 총을 쐈다. 5발은 머리를, 나머지 3발은 상체를 향했다.

흔히 미국 검경에서 50% 명중률은 보통 수준의 정확성으로 간주되는데, 이 10대 학생의 명중률은 놀랍게도 100%였다. 그는 대학살을 자행하기 며칠 전 훔친 총으로 한 차례 사격 연습을 한 것이 전부였다.

예비역 중령이자 ‘살해학’ 전문가인 저자는 “게임과 미디어가 아이들의 정신을 비뚤어지게 만든다”며 “우리는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세대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인류에게 내재한 폭력을 막는 안전장치를 해제시킨 배후로 게임과 미디어를 지목한 뒤 이들이 길러낸 잔인한 세대를 ‘살인 세대’라고 명명한다.

최근까지도 소수 학자들은 과거 담배와 암의 연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과학자들처럼 게임 및 미디어와 사회 폭력 사이의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퍼두커 사건’에서 보듯 실전 사격 경험이 전혀 없는 비디오게임 사용자들의 실제 폭력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1975년 캐나다 브램턴 학교에서 두 명을 죽인 사건 이전에는 학교 내 총기 난사 사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 같은 종류의 살인 사건은 전 세계적 현상이 됐다.

질병통제 예방센터에 따르면 2013년 10~24세 청소년 4481명이 살인에 희생됐다. 매일 12명의 청소년이 사망하는 셈이다. 미국에서 15~24 청소년의 사망 원인 중 2번째가 살인이고, 5~23세 아동 및 청소년의 사망 원인 중 3번째가 살인이다.

더 큰 문제는 살인이 ‘모르는 사람들’을 향해 있다는 사실이다. 뉴욕 경찰국 데이터를 통해 나타난 ‘무차별 대량 살인 사건’을 보면 1980년대 18건이었던 살인 사건은 90년대 54건, 2000년대 87건으로 늘어났다.

비디오게임과 영화는 아이들에게 강력하면서도 호감 가는 폭력적 역할 모델을 해왔다. 저자는 “폭력에 대한 면역은 중뇌의 안전장치라는 형식으로 존재하는데, 게임에 의한 조건형성이 이뤄지면 이 중요한 안전장치가 풀려버린다”며 “생체 기능에 일종의 후천적 결핍이 일어난다는 뜻으로 면역이 약화한 피해자는 마약 중독, 총기와 폭력을 유발하는 요인에 점점 더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행하는 일인칭 슈팅 게임의 경우 일반적인 군대에서 활용하는 ‘살인 훈련’과 유사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병사들은 실제 총을 쏘는 비율이 15~20%에 불과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군은 사람 모양의 표적을 만들어 훈련에 이용했다.

조건 자극(표적이 앞으로 튀어 오른다), 조건 반사(병사는 표적을 쏜다), 표적 행동(표적을 맞히고), 긍정적 강화(표적은 쓰러진다), 보상 제공(특정 숫자의 표적을 쏘면 보상을 받는다)으로 이어지는 훈련을 통해 살상 행위를 높였다. 물론 비전투 상황에서 일어날지 모를 폭력에 대비한 ‘엄격한 규율’도 같이 훈련했다.

하지만 게임 속 폭력 훈련에는 이러한 안전장치가 결여돼 있다. 저자는 “게임을 통해 폭력이 필요하고 좋은 것(점수)이라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확산하면서 규율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살인자 세대를 양육하는 셈”이라고 꼬집는다.

폭력적 게임으로 아이의 정신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내미는 해답은 간단하다. 게임 시간을 제한하고 게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게임의 ‘디톡스’ 프로그램이 그 일환. 폭력적인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의 뇌(합리적 사고가 멈춘 투쟁-도피 상태)에서 독소를 빼내는 것이다.

아이를 일주일 동안 캠핑장에 데려가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뇌 스캔 사진은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투쟁-도피 호르몬은 48시간에서 72시간 후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폭력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문화산업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제안한다. 2013년 (비디오 게임) 그랜드 세프트 오토5가 벌어들인 돈이 전 세계 음악 산업이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성세대가 만든 오락 문화를 방치 하는 대가는 결국 모든 세대가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기가 없는 한국이라고 예외일까.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살인이 자행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 번쯤 되새겨봐야 할 대목일지 모른다.

◇살인세대=데이브 그로스먼, 크리스틴 폴슨 지음. 오수원 옮김. 열린책들 펴냄. 328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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