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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고 게임 마니아라고 ‘커밍아웃’한 스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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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11.06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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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낸 원제 스님…“나 말고 전체를 보는 인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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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간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를 낸 원제 스님. /사진제공=불광출판사
그는 남는 시간에 게임을 즐긴다며 “이런 거 자랑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문명’이라는 게임을 하는데, 최고 레벨 단계에 5차례나 올랐어요.” 어린애처럼 으스대다, 다음 한마디로 마주 앉은 이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아니, 솔직히 게임 좋아한다고 ‘커밍아웃’한 스님이 있나요?”

29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원제 스님은 종단의 눈치를 보거나 기존 수행의 흐름을 마냥 좇는 평범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진리는 찾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라고 설파하고 자신의 말은 ‘힐링’이 아닌 ‘킬링’이라고 쏘아붙이기 일쑤다.

13년의 수행일기를 정리한 책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를 출간한 자리에서 그는 깊이와 넓이로 모든 물음에 반응했다.

‘진리’로 시작한 얘기는 ‘진짜’를 거쳐 ‘게임’으로 빠졌다가 결국 ‘진정성’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재미있고 복잡하고 미로 같은 대화를 한참 듣고 나니, 삶에 대한 희미한 성찰 한 가닥이 심장 한 켠에 꽂히는 것 같기도 했다.

책 출간 배경에는 ‘게임’ 스토리를 빼놓을 수 없다. “그 게임이 여러 도시에 대한 얘기를 같이 담고 있어요. 그래서 제대로 연구해서 ‘세계 불가사의 탐방’이라는 제목으로 카페에 올렸더니, 예상 밖 조회수를 기록했죠.”

“저 말고 게임 마니아라고 ‘커밍아웃’한 스님 있나요?”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가 2011년 이후 블로그 등에 수행기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책까지 내게 됐다. 원제 스님은 “내가 좀 솔직하게 쓰는 편”이라며 “어떤 문제나 상황이 던져지면 다른 시각으로 해체해 보고 뒤집어 본다”고 웃었다.

서강대 종교학과에 입학한 그는 불교를 만나면서 “출가가 나의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문득 ‘나는 20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떠올리다 만난 유일한 해답이 ‘진리’였다.

“부처님 초기 경전을 보면서 처음으로 부처님을 부처가 아닌 ‘이 사람’으로 느꼈어요. 진짜를 얘기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죠. 대학 2학년 시험 때 일부러 백지를 냈는데,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거든요.”

진심에 대한 그의 시각은 말로 규정할 수도, 형체화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가르는 방향이 아닌, 어느 쪽에도 머무르지 않으려는 ‘낱낱이 진심된 모습’들이 다채롭게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를 향해 그는 “취하지 않으면 낱낱이 진실해지는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취하지 않는다는 건 자기 정체성에 대한 벗어남에 대한 인식이기도 하다. 자신은 ‘원제’지만 ‘원제’ 노릇을 할 뿐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

“2012년부터 2년간 세계 곳곳을 다녔어요. 여행이 끝나고 나선 잘 몰랐는데. 삶의 한가운데서 변화된 것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우주가 뒤집힌 거죠. 개인으로 살지 않고 전체로 사는 법을 배웠다고 할까요. 그래서 제가 원제가 아니라 원제 노릇을 할 뿐인 거예요. 노릇은 부담도 없고 다양할 수 있는 데다 즐겁기까지 하죠. '나’를 확립하는 게 아니라 내게서 벗어나 전체로서 살 때 인연이 들어오는 법이니까요.”

질문에 끊임없이 답을 찾기 위한 현대인의 여정은 결국 자신을 파멸의 길로 안내하는 구속일 뿐이다. “답으로 가득 찬 세상에선 보이는 나로 제한”되기 때문.

29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신간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간담회에서 원제 스님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지난 13년의 수행일기를 모은 이 책에서 원제 스님은 '나'보다 '전체'를 보는 삶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사진=김고금평 기자<br />
29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신간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간담회에서 원제 스님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지난 13년의 수행일기를 모은 이 책에서 원제 스님은 '나'보다 '전체'를 보는 삶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고정된 실체란 없습니다. 실체화라는 망념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나로 향한 편중된 집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렇게 그릇된 질문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사람과 세상은 이미 그대로 답입니다. 답은 펼쳐진 것이고 확인하는 것이고 누리는 것이고 써먹는 것입니다. 답은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본문 중에서)

원제 스님은 “내가 ‘어떤’ 사람이다”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젓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린 뒤 “‘똑똑똑’ 이 소리가 답”이라고 했다. 여기엔 질문도 답도 없다. 그냥 그 소리가 답인 셈이다. 어떤 질문도 결국 끝날 수밖에 없고 그 멈춤에서 비로소 답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나라는 확고한 중심에서 크게 한번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판단이나 생각이 들어설 수 없는 그런 인식 말이에요. 우리가 생각의 굴림에서 벗어나 전체로서 인식을 넓히면 어떤 상황에서 생각이 명료하게 놓일 때가 있어요. 그런 수행으로 나를 경험하고 확증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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