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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아직 100만명 밖에 안 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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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김고금평 기자
  • 2019.12.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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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7년만에 오리지널 공연 '오페라의 유령'의 느긋한 자신감…변색 없는 순정 콘텐츠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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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오리지널 팀으로 돌아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지난 13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첫선을 보인 무대에서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왼쪽)과 유령. /사진제공=에스앤코
30년 넘게 전 세계 41개국에서 1억 4000만명을 모은 초대형 뮤지컬의 자신감은 확실히 남달랐다. 오리지널 버전을 시대 흐름과 상관없이 ‘그대로’ 이어가는데도, 관람의 재관람은 여전히 식지 않은 뚝배기처럼 뒷심이 제법이고 반복에도 새로운 창의를 발견할 정도로 장면 하나에 녹인 진정성이 명불허전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얘기다.

이런 자신감 때문인지, 연출진 사이에서도 농담 같은 진담이 느긋하게 쏟아졌다. “뭐라고요? 지금까지 한국에서 100만명이 봤다고요? 아직 4900만명 정도가 못 본 셈이네요. 어서 와서 보길 추천합니다. 하하하.”

팔짱을 낀 채 모든 질문에 제법 여유롭게 설명하던 라이너 프리드 협력연출이 던진 한 마디는 이 뮤지컬에 대한 가치와 자부심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였다.
지난 13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7년 만에 선보인 오리지널 팀의 무대는 모든 순간을 기억의 회로에 담고 싶을 만큼 황홀했다.

스토리 자체가 긴장감 넘치고, 모든 선율이 심장에 직격탄으로 꽂히는 극(劇)과 음(音)의 양수겸장은 기침 한번 내뱉을 시간을 허락하지 않을 만큼 최강의 몰입도를 선사했다. 영어를 이해하느라 무대 양쪽에 배치된 자막 스크린을 따라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을 뿐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에서 가면무도회 장면. /사진제공=에스앤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에서 가면무도회 장면. /사진제공=에스앤코

공연 내용은 대부분 오리지널 그대로다. 빅토리아 시대의 화려한 의상, 삼각관계 러브스토리, 유령이 사는 지하 세계 등은 되레 익숙해서 반갑다. 가장 변하지 않은 것은 음악.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명곡의 향연은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편곡이나 창법, 악기 편성에 손 하나 대지 않았다. 곡 자체가 지닌 희로애락의 본질은 아름답게 포장함으로써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닌 단순히 들려줌으로써 감동을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증명한다.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이 부르는 ‘Think of Me’를 듣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하고 천재음악가 유령과 함께 선보이는 주제곡 ‘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장엄과 위엄의 힘을 느끼는 순간순간이 그렇다. 특히 유령의 지시에 배역을 놓고 왈가왈부하며 부르는 배우들의 합창곡 ‘il Muto’는 3부 이상 화음이 들어가는 난해한 선율에도 그 맛과 멋이 일품이다.

이번 오리지널 투어에서 조금 변화를 모색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무대 장치에 쓰인 샹들리에. 1t이 넘는 기존 샹들리에 무게를 3분의 1쯤 줄인 300kg으로, 무대에서 ‘자이로 드롭’처럼 움직이게 했다.

도르래 2대를 이용해 높이 12.5m 매달린 샹들리에는 초속 3m로 낙하하는데, 객석 위로 떨어질 듯하다가 무대 앞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유리구슬 6000개가 박힌 샹들리에는 아찔하면서도 아름답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일하게 변화를 준 무대 장치 '샹들리에'. 기존 전선으로 연결된 조명이 건전지를 사용한 LED조명으로 바뀌고 무게도 3분의 1이 줄어든 300kg으로 경량화해 역동성을 강화했다. /사진제공=에스앤코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일하게 변화를 준 무대 장치 '샹들리에'. 기존 전선으로 연결된 조명이 건전지를 사용한 LED조명으로 바뀌고 무게도 3분의 1이 줄어든 300kg으로 경량화해 역동성을 강화했다. /사진제공=에스앤코

이 뮤지컬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꼽히는 ‘샹들리에 낙하’ 장면은 유령이 사랑에 배반당하자 분노를 드러내기 위한 행동으로 묘사되는데, 관객도 함께 이 감정을 고스란히 공감하는 대목이다.

알리스터 킬비 기술감독은 “기존에 전선으로 연결하던 조명을 건전지가 들어가는 LED 조명으로 바꿨고 원격제어도 가능해 어떤 무대에서도 샹들리에 설치가 쉬워졌다”며 “더 다이내믹해진 샹들리에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월드투어에서 25세 역대 최연소로 발탁된 유령 역의 조나단 룩스머스의 연기도 기존 역과 차이를 뒀다. 음울한 유령이 좀 더 활기차고 주체적이 됐다고 할까.

룩스머스는 처음 이 역을 맡고 라이너 프리드 협력연출에게 “기존 역과 똑같이 해야 할까요, 좀 다르게 연기해야 할까요” 고민을 털어놨다고 한다. 프리드 연출은 “오직 당신의 연기를 보여달라”고 주문했고, 룩스머스는 지금의 ‘역동적’인 캐릭터로 유령을 재창조했다.

지난 수십 년간 ‘오페라의 유령’에서 베일에 싸인 대목인 유령이 갑자기 사라진 장면에 대해 다시 물어보자, 제작진은 “No”라고 웃으면서 간단하게 ‘처리’했다. 프리드 연출은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게 팀원들이 보인 단합에 감사하다”며 “사실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는 건 아니고 아주 간단한 마술을 썼을 뿐”이라고 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협력연출 라이너 프리드(왼쪽)와 기술감독 알리스터 킬비. /사진제공=에스앤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협력연출 라이너 프리드(왼쪽)와 기술감독 알리스터 킬비. /사진제공=에스앤코

이날 첫 무대의 관객 반응은 기대만큼이었다. 프리드 연출은 “협력 안무가가 부산 관객은 공연 중엔 조용하고 커튼콜 때 갑자기 엄청난 환호를 보낼 거라고 했는데, 실제 그랬다”면서 “공연 중 무대 뒤편에서 관객을 살펴보니, 모든 순간 함께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제작사 에스앤코(S&Co) 신동원 대표는 “영화가 1000만명 관객 시대인데 ‘오페라의 유령’ 공연이 1000만 관객이 될 때까지 열심히 공연하겠다”고 밝혔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뮤지컬을 찾으라면 ‘오페라의 유령’을 첫손으로 꼽아야 하지 않을까. 그 변색 되지 않은 작품의 일관성이 끌어당기는 ‘인간의 보편성’, 무대가 파일이라면 커튼이 내려올 때 다시 ‘시작’ 버튼을 당장 누를 것만 같았다.

공연은 내년 2월 9일까지 부산, 3월 14일∼6월 26일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7∼8월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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