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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고 떠난 ‘생모’ VS 애착으로 기른 ‘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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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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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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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무비]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이상주의자 생모를 둘러싼 타자와의 관계

낳고 떠난 ‘생모’ VS 애착으로 기른 ‘계모’
‘낳은 정’과 ‘기른 정’이 충돌할 때, ‘솔로몬의 지혜’가 발휘돼야 할지 모른다. 아이를 낳고 떠난 친모(親母), 그 아이를 고아원에 맡긴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남편과 함께 정성을 쏟아 기른 계모(繼母) 중 정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기우는 쪽은 어디일까.

영화는 계모가 20여 년 간 기른 아이의 결혼식에 나타난 생모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속성, 생물학적 감각과 가족 사회학적 인지의 차이, 미묘한 감정적 동요 등을 면밀히 파헤친다.

인도에서 아동 재단을 운영 중인 이자벨(미셸 윌리엄스)은 세계적 미디어 그룹 대표 테레사(줄리안 무어)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제안받는다. 다만 이자벨이 뉴욕으로 와야 한다는 단서가 붙고 어쩔 수 없이 뉴욕으로 향한 이자벨은 테레사의 딸 그레이스(애비 퀸)의 결혼식에 초대받는다.

이 영화는 수잔 비에르 감독이 2006년 연출한 ‘에프터 웨딩’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캐릭터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 현시대 분위기를 반영했다.

리메이크 작품에 메가폰을 잡은 바트 프룬디치 감독은 현실적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강렬한 휴먼 드라마에 매료됐다며 “인간의 나약함,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느끼는 감정 등 원작의 다층적 구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가장 집중되는 부분은 딸을 둘러싼 생모와 계모의 관계다. 이 관계를 들여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장면들이 적지 않다.

가령 ‘이상주의자’인 이자벨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없는 형편 때문에 고아원에 맡기기로 남편과 협의한 후 인도로 떠났는데, 20년 후 마주한 결혼식에서 ‘잘 자란’ 딸을 보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묻는 대목이 그렇다.

친딸을 고아원에 맡길 수 없어 한 달 고민하고 직접 키운 남편, 또 그 남편을 이해하고 부유한 삶을 제공한 계모를 향한 이자벨의 태도는 한국적 정서로는 생뚱맞기까지 하다.

‘키운 정’보다 ‘약속 불이행’에 집착하는 생모의 초반의 태도는 이상주의자라는 전제에서 어느 정도 머리로는 수긍이 가지만, 생물학적 딸이 잘 자란 데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엿보이지 않는 건 보편적 정서와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

낳고 떠난 ‘생모’ VS 애착으로 기른 ‘계모’

생모의 출현에 대한 캐릭터의 대응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20년 만에 생모를 처음 보는 딸은 거리감을 두기보다 생모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친근감에 호기심, 공유의 감정선까지 한꺼번에 긍정적으로 수용한다. 불편함과 원망 이런 감정을 등에 업고 화해의 과정을 그리는 모습이 아니라, 딸이 생모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관계의 불균형에서 갈등 국면 자체를 거세한다.

이런 과정에서 테레사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 더 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생모의 출현으로 갓 결혼식을 마친 딸 부부가 결국 갈등의 길로 들어선 것도 왠지 불편하다. 딸의 남편이 “좋은 일을 한다고 아이를 버린 죄가 덜어지느냐”고 따져 묻는 대목만이 제법 현실적이다.

물론, 영화가 지향하는 바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생모를 둘러싼 복잡한 관계를 푸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와 과제, 미덕을 제시하는지는 알겠으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느낌은 지우기 힘들다. 여전히 이자벨은 꼿꼿하고 테레사는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이 영화가 한국판 ‘사랑과 전쟁’을 떠올려야 하는 건 아니다. 그토록 처절하진 않더라도 ‘감정이 이입’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못한 부분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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