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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목숨은 부모의 것? 이런 통념에 도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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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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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9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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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 정연경 감독…“비극적 선택은 우리 모두의 문제”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로 데뷔작을 낸 정연경 감독. 정 감독은 "비극적 선택을 하는 가족의 문제는 비난받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경험할 보편의 문제"라며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이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정연경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로 데뷔작을 낸 정연경 감독. 정 감독은 "비극적 선택을 하는 가족의 문제는 비난받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경험할 보편의 문제"라며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이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정연경
영화가 끝난 뒤 소년이 던진 두 대사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아줌마는 선유 마음 아세요?” “선유야, 미안해. 네 마음 아무것도 몰라서.”

누군가 극단적 선택을 할 때, 우리는 그의 마지막 행동만 보고 비난할 뿐 그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비극의 되풀이는 ‘곁의 무지와 부재’가 만든 공허함에서 나오는지 모른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가족이 극단적 선택 앞에서 작은 희망을 통해 삶을 회복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빠가 빚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자 엄마(양소민)와 딸 선유(조서연)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 간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가족의 의지도 경제적 압박과 궁핍, 숨기고 싶은 가족사 공개로 점점 꺾인다. 절망의 삶에 갑자기 다가온 같은 반 친구인 말썽꾸러기 정국(최로운)은 작은 웃음들을 선사하며 선유의 마음에 희망의 조각을 새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한 이 영화는 ‘역도산’ ‘미녀는 괴로워’ 등으로 충무로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정연경 감독의 데뷔작이다.

정 감독은 이 데뷔작에서 비극을 요란하게 요리하지 않는다. 비극으로 점철된 듯한 영화에 보는 이가 짧고 큰 호흡 대신 안도감을 지닌 채 점층적으로 심장을 덜컥거리는 요인은 ‘단순하지만 깊이’ 새긴 서사 때문이다.

최근 전화인터뷰로 만난 정 감독은 “머리는 상업영화인데, 가슴은 독립영화로 만든 기분”이라고 요약했다.

“보통 연출을 할 때 계속 힘들다, 계속 밝다가 하는 식으로 큰 물결을 타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전 아주 힘들 때 순간 웃게 만드는 요소를 정국을 통해 구현했을 뿐이에요. 선유의 슬픈 감정을 배가시키거나 완전한 반전을 노리기보다 작은 웃음을 툭 던지는 식으로요. 회복은 그런 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아이 목숨은 부모의 것? 이런 통념에 도전하고 싶었다”

정 감독은 지난 2016년 9월 대구에서 일어난 모자의 비극 실화를 모티브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 당시 극단적 선택을 한 모자의 집에는 ‘내가 죽거든 색종이와 십자수책을 종이접기를 좋아하거나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세요'라는 아이의 메모가 있었다.

“그 이야기 전에 인천에도 모녀가 비극적 선택을 하면서 중1 소녀가 아빠한테 남긴 메모에서 ‘원해서 엄마를 따라간다’고 적은 사건이 있었는데, 두 사례에서 ‘진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따라갔을까’하는 강한 의문이 들었어요. 우리 사회에서 아이 목숨은 부모와 한 몸이고 선택권도 부모가 가진다는 부모의 통념을 아이 입장에서 보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가 거기에서 시작된 거예요. 모녀를 향한 정국의 마지막 외침은 그런 통념에 대한 도전인 셈이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그 ‘단순한’ 외침이 ‘깊게’ 전달되는 것은 결국 그런 일들이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10번 이상 고쳐 쓰면서 ‘가혹한’ 엄마를 구상하거나 모녀를 둘러싼 외부 압력(악덕 사장이나 불량배 등)을 ‘강하게’ 그리는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비극과 불행이 ‘외부’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모두 각자의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좀 더 부각하고 싶었어요.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요.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함께 고민하며 이 영화에 참여하길 바랐어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돈 빌려준 친구의 두 번째 선유 집 방문 신이다. “돈을 못 갚는 거지? 어머니가 수술비가 없어 죽을지도 모르겠어.”하고 친구가 집을 나서자, 선유 엄마가 끼고 있던 작은 반지를 빼내 “이거 가져가라”고 손에 쥐여 주고 밑바닥까지 훔쳐가야 하는 현실이 참을 수 없었는지 친구는 지갑에서 급하게 몇만 원이라도 꺼내 선유 손에 건네고 떠난다.

돈을 받은 친구가 돈을 다시 쥐여주는 역설은 부대끼는 우리 삶에서 흔히 일어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정연경 감독.
정연경 감독.
“선유가 버스 타고 찾아간 슈퍼 아줌마 얘기도 그렇잖아요. 이미 돈은 갚았는데, 선유가 떠나는 길에 과자 한 움큼 쥐여 주는 장면이 그렇고. 선생님도 잘해주고 싶은데, 자칫 역효과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창피하게도 모든 캐릭터에 제 스타일이나 성격이 녹아있어요.”

한겨울 시린 발 녹일 곳 없어 차라리 발을 잘라버리자고 결심한 이들에게 봄날은 아득한 이상향일 뿐이다. 선유는 정국이 BTS(방탄소년단)의 ‘봄날’을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에서 소설 ‘소나기’ 속 주인공처럼 풋풋한 감정을 느끼고 그의 말과 행동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실낱같은 봄의 향기를 조금 맡았다고 봄이 안착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감독은 그 시작 이후를 보고 있었다.

“정국의 말과 엄마의 사랑이 결국 삶의 불씨를 살리는 원동력이지만, 그 삶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건 수면 위의 ‘우리’라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가 힘든 시기에 절망에 놓인 이들이 힘을 더 내서 살아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주면 좋겠어요.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당신을 분명 응원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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