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 컵 빚은 도예가 이정은, 조은숙 갤러리서 개인전

십장생.

'블루보틀 커피'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백자 커피잔 세트를 빚어낸 것으로 유명한 도예가 이정은의 개인전이 '조은숙 갤러리'에서 이달 30일부터 열린다. 한국 도자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그는 백제시대 토기에서 영감을 받은 백자를 만드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블루보틀' 외에도 '이솝' , '볼보', '설화수'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며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도예가다.

작가는 매끈한 표면의 백자와 달리 흙물을 덧바른 질감으로 자기와 도기를 주로 다룬다. 어디서 본 듯한 그의 결과물은 민화(民畵)에서 유래했다. 민화를 정교하게, 전문적인 도예 기술과 자개, 금부, 옻칠 등 장인적 기술을 접목해 21세기적으로 변주한 것. 그는 민화에 대해 "타인에게 복을 빌어주는 선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과 현실 세계의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나가기 위한 희망의 자락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작가가 차용한 민화 모티브는 부귀영화(富貴榮華), 수복강녕(壽福康寧), 입신양명(立身揚名)의 복을 구하는 화훼도(花卉圖), 가정과 집안의 번영을 구하는 화조도(花鳥圖), 나라의 번영과 위엄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와 장수와 영생을 염원하는 십장생(十長生) 등으로 길상(吉祥)을 희구하는 그림이다.

특히 '화훼도: 절정'은 2017년 처음 시작한 연작으로 모란, 장미, 연꽃, 국화, 패랭이꽃 등이 만개한 순간을 담고 있다. 감상자가 염원하는 순간만을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에 만개한 꽃의 결정적 순간을 표현한 장면만을 모아 캔버스 위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십장생'에서 작가는 해(日)·달(月)·산(山)·내(川)·대나무(竹)·소나무(松)·거북(龜)·학(鶴)·사슴(鹿)·불로초(不老草, 芝)와 같은 장수와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물상들을 점토의 물성에 적합하도록 디자인해 상형문자와 같이 배열했다. 일반적인 캔버스보다 훨씬 더 무겁기 때문에 작가는 캔버스와 한 몸 같이 보일 정도로 얇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도자 저부조 기법을 고안했다. 그 결과 표면에 금부 작업을 한 저부도 도자 작업은 금실로 캔버스에 수를 놓은 것 같이 보인다.

'산수도'에서도 다섯 종류, 열여덟 개의 저부조 세라믹 산 형상이 한 화면에 배치돼 있다. 자개와 금부, 은부, 옻칠과 같은 비용이 많이 들고 노동집약적이며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을 요구하는 장식 기법을 적용해 화면을 구성했다. "산이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수많은 전설과 비밀이 있을 것만 같다"고 작가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