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막판 뒤집기' 통할까…수사심의 통한 '고지전' 노려

외부판단 맡겨 기소대비 檢전략 파악…"심의위 열릴듯" '과잉수사' 우회 여론전…윤석열 총장 시험대 오를수도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입력 : 2020/06/03 17:15

외부판단 맡겨 기소대비 檢전략 파악…"심의위 열릴듯"
'과잉수사' 우회 여론전…윤석열 총장 시험대 오를수도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박승희 기자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부정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 타당성을 따져봐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 소집 요청을 '승부수'로 던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법조계에선 1차적으로 기소여부를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에 맡겨 객관적 판단을 받고, 2차적으로는 기소가 되더라도 심의절차를 통해 검찰 전략을 파악,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복안이라고 분석했다.

3일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과 김종중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사장이 기소·불기소 여부를 심의해달라며 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전날(2일) 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예규 '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사건관계인은 수사 중이거나 처분을 한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에 심의위 소집을 신청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시민위를 소집, 15명의 시민위원으로 구성되는 부의심의위원회를 거쳐 사건을 대검 심의위에 넘길지 여부를 결정한다.

예규상 시민위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심의위를 열어야 한다. 재계 쪽 신청은 이번이 처음이나, 심의위가 열릴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외부에 의한 개혁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수사권 조정과는 달리 심의위는 검찰이 개혁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만든 기구"라며 "이를 피의자가 신청했다면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짚었다. 심의위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2018년 1월 설치했다.

심의위가 열릴 경우 1년6개월여 동안 수사해온 이 부회장 신병처리 방향과 기소여부는 외부 전문가 의견이 반영돼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김한규 변호사는 "1년 이상 공들인 특별수사라 선례상 기소가 예정돼 있는데 여론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외부 위원들이) 설득될 가능성을 노린 것 아니겠냐"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은 1심 판결까지 나서 수사 장기화 지적이 있는데, 이런 부분의 적정성·상당성을 짚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심의위는 일종의 대심주의로, 검찰은 왜 기소돼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 부회장 측에선 왜 혐의가 없는지 설명하는 절차가 있다"며 "양쪽이 첨예하게 다투면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 측이 수사 심의 절차를 밟는 과정을 통해 검찰 전략을 파악해 대응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풀이도 있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심의위를 신청하면 검찰이 가진 증거 등 관련 내용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며 "불의타(예상치 못한 불의의 공격)를 맞지 않으려는 하나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강제성은 없지만 관련 운영지침상 검찰은 심의위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심의위 결론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종민 변호사는 "권성동 무소속 의원 기소 때처럼 심의위가 검찰과는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면 윤 총장이 결단해야 하는 경우가 된다"며 "삼성 측에선 '최후의 카드'로 윤 총장에게 공을 넘기는 것도 노리지 않았겠느냐"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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