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믿음 그리고 자유로움…가수 김현철의 삶을 보다

[남변이 귀를 쫑끗 세우고 왔습니다-4] 열한번째 음반으로 우리곁에 돌아온 김현철

머니투데이 남민준 명예기자(변호사)|입력 : 2021/06/13 10:11

[남변이 귀를 쫑끗 세우고 왔습니다-4] 열한번째 음반으로 우리곁에 돌아온 김현철
"6. 14. 정오, <춘천가는 기차>에서 만났던 그가 <오랜만에> 산들바람(Breeze)을 타고 사랑노래로(Love Song) 돌아 온다고 합니다."
'춘천가는 기차', '달의 몰락', 'Drive' 등 필자 또래들의 20대 시절 기억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명곡의 주인공 김현철씨가 다시 돌아 온다는 소식을 듣고 5월 말 서울 삼성동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그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를 만나 그의 얘기를 듣고 나니 그의 이름 앞에 '가수'나 '작곡가'라는 한정된 표현을 붙이는 것이 그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득이 그의 이름만을 적었습니다.
그의 정체성은 구체적인 표현이나 단어에 의해 한정될 수 없고 그의 삶 역시 특정할 수 있는 욕망이나 외부의 구체적 자극에 대한 반응이 아닌 내면의 자연스런 표출이었기 때문에 그의 얘기를 온전히 전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최대한 그의 얘기를 전해 볼까 합니다(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남변: 2006년 앨범 이후 2019년에서야 앨범이 나왔다, 그 동안 어찌 지냈나
그: (좁은 의미의) 가수로 활동하지 않았을 뿐이다. 라디오도 진행하고 학생들도 가르쳤다.
남: 2009년의 기사에서 아이들이 7세, 5세였다. 인위적으로 어떤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이 많이 자랐겠다. 자녀교육에 관한 특별한 생각이 있나
그: 많이 자랐다, 말을 안 듣는다(웃음), 고3과 고1이다. 아이들에게 꿈이 강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강요해서 억지로 하고 싶은 걸 만들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하나를 목표로 하면 나머지가 희생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나 역시 꿈이 없었다(웃음, 인터뷰 후 우연한 기회에 필자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기 전인 영동고 1, 2 시절에 그의 성적은 전교에서도 최상위권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나처럼 음악하는 걸 원하는 건 아니지만 악기는 가르쳤다. 첫째는 기타를, 둘째는 드럼을 잘 연주한다(아빠 웃음).
남: (가수로서의) 공백과 복귀에 특별한 계기가 있나
그: '특별한 계기'라고 표현할만한 그런 건 없다, 그냥 뜸했고 다시 또 음반을 낸 거다. 후배 가수 죠지(George)에게 '오랜만에'의 리메이크를 허락하면서 그의 콘서트 무대에도 섰고, 홍대 앞에서 공연도 해봤다.
공연 전에는 요즘 대학생들은 내 노래를 잘 모르고 아저씨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노래를 알고 함께 부르는 모습에 좀 많이 놀랐다. (복고에 대한) 일시적인 분위기가 아닌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어떤가, 계속할 예정인가
그: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다.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나의 생각이 맞나 싶을 때도 있었는데 나의 경험이나 생각이 학생들에게 투영되어 학생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걸 볼 때가 좋다. 그리고 나 역시 학생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별히 언제까지 하겠다, 말겠다를 정해 놓지는 않았다.
남: 10집에 있는 'Drive'라는 곡의 전주를 듣는 순간 바로 '김현철!!!'이란 생각이 들었다, 죠지(George)라는 가수와 함께 했다. 목소리도 비슷하더라.
그: '오랜만에' 때문에 알게 됐다, 나도 내 목소리와 죠지(George)의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 한다(웃음).
남: '김현철'을 검색하면 '시티팝'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1집 앨범(1989년)을 시티팝의 예로 들기도 하고. 시대를 앞서 나간 건가? Drive도, 그 이전의 음악도 경쾌하고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이다. 사실 난 음악을 잘 모른다(웃음).
그: 다른 사람들이 '시티팝'이라고 이름을 붙이긴 했는데…(웃음) 1989년에는 일본 음악이 한국에 들어 오지도 않았고(90년대 후반에서야 본격적으로 일본문화가 개방되었습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한 거고 그게 내 음악이다. 그게 음악이라는 게 중요할 뿐이다. 뭔가를 정해 놓지 않았다.
남: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20대에 꽤 오래 병원신세를 졌다는 기사를 본 바로 다음에 복면가왕에서 나온 '만취한 모습'에 대한 일화를 보고 혼자 웃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그: 자전거를 타는 걸 좋아한다, 건강하다. 술을 좋아한다(웃음), 나도 좋아하고 그 얘기(만취한 모습) 한 사람도 좋아하고(웃음).
남: 새로운 앨범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기대된다, 조금만 소개해달라.
그: [City Breeze & Love song]이란 앨범이고 메인 타이틀곡은 앨범 제목과 같은 'City Breeze & Love song'이고 서브 타이틀곡은 'So Nice'다.
많이 사용되는 'City'라는 단어도 있지만 산들바람(Breeze)이란 단어 역시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잠깐 녹음하는 모습을 보여 준 덕에 So Nice를 조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짧은 소개처럼 특유의 산뜻하고(breeze) 세련된(City) 소리였습니다. 'So Nice'에서 재현된 '오랜만에'의 기타 솔로를 들으면서 1989년의 그와 2021년의 그가 자연스럽게 겹치는 걸 느끼며 '김현철이 김현철했겠구나'하는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 가족도 좋고, 팬도 좋고 누구에게든 특별히 전할 메시지가 있는가
그: (웃음) 그런 건 없다, 내가 어떤 메시지를 남길만한 자격도 없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웃음).
남: (웃음) 극구 아니라지만 얘기를 나누면서 굳이 표현하자면 '내면의 평화'같은 걸 느꼈다. 뭔가를 인위적으로 하려고 하지도 않고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사물에 일부러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긍정적이다.
그: (웃음) 아휴~ 그런 거 없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편하게 사는 거다. 그럴만한 능력도 없다 (웃음).
<인터뷰 후기>
웃으면서 아니라는 그의 얘기는 부정이 아닌 겸손이었고, 그의 아이들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을 향한 그의 자세는 방치가 아닌 믿음이 깃든 관조였습니다.
그의 모습 중 일부를 표현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어, '자유로움', '자연스러움', '온화함', '유쾌함', '신뢰', '겸손' 등의 표현이 떠오르지만 글로써 온전히 그를 표현하기는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합니다(물론, 이 표현마저 그는 '아유~ 나 같은 사람이 무슨~'이라면 손사래를 쳤습니다만).
그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며 글을 적다가 'Jehovah-Nissi'(여호와 닛시, 승리케 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찬양하는 표현)라는 표현이 생각났습니다.
그의 내면에 자리한 신뢰와 찬양이 자유로, 자연스러움으로, 유쾌함으로, 겸손으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복면을 벗는 출연자에게 건네는 그의 얘기에서 온기가 느껴진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