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반등 모멘텀 '꿈틀'…민간투자도 '플러스'

지난해 성장률 2.0%는 민간 분야가 극히 부진한 가운데 정부 재정이 경기를 떠받친 결과이지만 4분기만 따지면 민간 분야도 긍정적인 흐름이 엿보인다. 건설투자가 전기대비 6.3% 증가하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도 개선됐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기대비 1.2% 증가했다. 2017년 3분기(1.5%) 후 9분기만에 최고다. 2017년 3분기는 제11순환기(2013년 3월 이후 현재) 경기고점인 2017년 9월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4분기와 경기고점간 성장률 격차는 0.3%포인트에 불과했다.

4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정부 부문이 1.0%포인트, 민간이 0.2%포인트다. 4분기 역시 확장 재정의 역할이 컸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민간 부문도 회복신호가 감지된다. 지난해 4분기 설비투자는 전기대비 1.5% 증가했다. 3분기째 플러스다. 삼성전자가 중장기 수요대응 위해 대규모 메모리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투자가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는 전기대비 6.3% 증가했다. 2001년 3분기(8.6%) 이후 18년 1분기만에 최고다. 정부가 생활SOC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렸고, 주택을 중심으로 민간 건설투자도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건설투자 중 정부와 민간은 나눠 통계를 내진 않지만 민간 건설투자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잠정치 발표에서 자세하게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투자 기여도는 0.5%포인트로 정부투자 0.6%포인트에 육박했다. 투자에서는 민간과 정부 기여도가 비슷했던 셈이다. 민간투자 기여도는 2018년 1분기 이후 7분기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신차출시 영향으로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가 늘었고, 음식과 오락문화 관련 서비스 지출이 늘어나며 0.7% 증가했다. 3분기보다 0.5%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반면 수출은 0.1%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1.4%로 높아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도 회복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분기별 성장률이 기대이상으로 상승하면 다음 분기에는 성장률 계산 베이스가 높아져 연간 성장률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며 "올해 1분기 정부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보다 둔화될 수 있겠지만, GDP에 대한 민간 기여가 순수출에서 투자와 소비로 분산돼 긍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민간 부분이 회복되더라도 정부 재정지출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당분간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층 은퇴로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이 작년 5만명대에서 올해 20만명대로 크게 늘어나고, 젊은층에서 결혼이나 출산을 꺼리면서 민간소비가 탄력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출이나 설비투자도 반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올해 성장에 있어서도 정부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