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당한 근로자 보험금…청구권 포기한 가족도 상속자격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회사 숙소에서 사망한 근로자의 보험금에 대해 상속인이 그 권리를 포기했다 하더라도, 포기한 지분의 권리가 나머지 상속인에게 당연히 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중국인 왕모씨와 자녀가 삼성화재해상보험과 A사를 상대로 청구한 보험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선박도장업을 하는 A사 직원 차이모씨는 2015년 8월 함께 숙소를 사용하던 안모씨에 의해 살해 당했다. 앞서 직원들을 피보험자로 하는 단체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했던 A사는 보험수익자가 회사로 지정됐다며 보험금 2억원을 수령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부인 왕씨는 단체규약에서 단체보험 수익자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거나 차이씨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금을 본인이 받아야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차이씨의 어머니 최모씨는 보험금 수령을 포기했으므로 본인과 자녀가 보험금을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왕씨와 최씨가 서명한 '법정상속인 확인서'도 A사가 보험계약의 정당한 수익자가 마치 A사인 것처럼 속여 받아낸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A사는 근로자 사이의 단체협약을 통해 보험수익자를 A사로 적법하게 지정했으며, 설령 아니더라도 왕씨 등이 법정상속인 확인서를 통해 A사의 보험금 수령을 동의했으므로 보험금 지급 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 반박했다.

1심은 보험계약 당시 수익자를 A사로 약정했지만,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맺은 단체규약에 보험수익자를 A사로 지정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면서 중국법의 상속규정에 따라 왕씨와 자녀에게 각각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사와 근로자 사이에 보험계약 체결에 관한 합의는 이뤄졌지만 보험수익자를 누구로 할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법정상속인 확인서 역시 A사와 보험사의 기망행위로 인해 왕씨와 최씨가 착오로 보험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무효라 판단했다. 그럼에도 보험금을 포기하기로 한 최씨에게는 보험금을 상속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2심은 1심의 판단이 대부분 옳다고 보고 보험사가 왕씨와 자녀에게 각각 1억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유지했다. 다만 법정상속인 확인서는 A사가 왕씨 등을 속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보험수익자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상속인이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단체보험의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상속인 중 1명인 어머니 최씨가 보험금에 관한 권리를 포기했다 하더라도 그 포기한 부분이 나머지 상속인인 왕씨 등에 당연히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왕씨 등이 '이 사건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상속권(지분)을 포기한다'는 최씨의 성명서를 근거로 최씨의 권리가 자신들에게 귀속됐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사정에 비춰볼 때 최씨가 보험금 청구권을 포기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원심에서 성명서 제출 경위, 최씨의 진정한 의사 등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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