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잔치는 끝났다...월가도 돈 떼일라 '공포'

화이팅 페트롤리움의 파산보호 신청은 미 최대 셰일 생산지인 텍사스로도 옮겨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와 산유국간 유가전쟁으로 공급 충격까지 겹치면서 셰일업계 줄도산이 시작되면, 여기에 투자한 월가마저 무너지는 연쇄 금융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진다.
잔치는 끝났다…이미 멈춘 오일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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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셰일업계는 지난 10여년간 빚잔치로 외형을 불려왔다. 이는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올려놓게 했지만, 코로나19와 초저유가 시대가 겹쳐지면서 부실한 재무구조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에너지 경제금융 분석 연구소(IEEFA)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34개 주요 셰일오일 업체들의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1억달러(약 2.6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지난 10여년간 쓴 현금은 1890억달러(약 234조원)로 같은 기간 벌어들인 돈보다도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셰일오일 붐을 타고 앞다퉈 생산을 늘렸지만, 결국 재고 등을 쌓아두면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텍사스 퍼미안 분지에선 셰일오일과 가스가 남아돌아 그냥 버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현금흐름이 플러스(+)를 기록한 곳은 34개업체 중 단 6곳으로 나타났다. 우량업체라고 평가받는 미 셰일 업체 헤스(Hess), 마라톤(marathon), 파이오니어 내츄럴 리소스(Pioneer Natural Resources)도 지난 10년간 매년 마이너스 현금 흐름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셰일업계는 이미 미국 원유 굴착시설인 오일 리그(oil rig) 가동도 멈추고 있다.

에너지 솔루션 기업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3월 마지막주 한주간 미국 오일리그는 44기가 가동을 멈췄다. 현재 가동 중인 오일리그는 728기로 지난해 대비 278개나 줄었다. NYT는 미 가동 오일리그는 300기 미만까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하루 670만배럴로 전주 880만배럴보다 210만 배럴 줄었다. 전년 동기 수요는 920만배럴이었다. 미국이 아직 감산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미국 휘발유 재고는 750만배럴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돈 떼일라…월가도 투자자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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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업체에 돈을 빌려준 월가도 공포에 떨고 있다. 이미 미국 셰일기업 파산수는 2017년 24개, 2018년 28개에서 지난해 42개까지 증가했는데, 이번엔 전례없는 공급과 수요 양쪽의 충격이 다가온 만큼 더 많은 파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3월 중순 모건스탠리는 “셰일업계가 발행한 3500억달(약 433조원) 규모의 BBB 투자등급 채권 상당수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지고 이는 미 회사채 시장의 긴장감을 키울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부도 위험이 큰 업체로 화이팅 페트롤리움 등을 꼽았는데, 이 중 화이팅이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면서 예측은 현실화하고 있다.

S&P·무디스·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코로나19 위기가 불거지자 각 산업군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하고 있다. 셰일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셰일업계 대형업체인 옥시덴털의 BBB 투자등급 채권 가격은 지난달 초 한주동안에만 1.17달러에서 80센트로 급락했는데, 이후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면서 47센트까지 급락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러스가 회사채를 ‘추락하는 천사’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추락 천사’는 신용등급이 BB+나 그 이하로 전락해 ‘정크본드’가 된 것을 말한다. 지난달 한달에만 920억달러(약 114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투기 등급'으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웨스턴에셋은 옥시덴털 신용강등 후 투자자들에게 채권 매도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하기 까지 했다. 투자자들이 공포에 '펀드런'을 넘어 '뱅크런'까지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만기되는 미 셰일업체들의 하이일드 채권 규모가 32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하며 이중 17%가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 유가가 추락하기 전에는 7%를 예상했는데 추정치를 2배 이상 높게 잡은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신용등급 줄하향에 JP모간,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등 월가 은행들이 기업들에게 장기 대출을 거부하고 3년이하의 단기대출만 허용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CNBC에 따르면 월가 대형 은행들은 자본금의 7~15% 가량을 에너지 섹터에 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셰일 생산지인 오클라호마주의 BOK파이낸셜은 자본금의 100% 이상, 전체 대출의 18% 가량을 에너지 분야에 대출해 주고 있어 위험이 더 큰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밖에 미 중소형 은행 10여곳 이상도 자본금의 25% 이상을 에너지 섹터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