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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은 '베트남전 학살사건 기밀' 국정원서 왜 굳이 받아내려 할까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입력 : 2021/04/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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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변은 '베트남전 학살사건 기밀' 국정원서 왜 굳이 받아내려 할까

1968년 2월 당시 월남에 파병됐던 한국 해병부대에 의해 발생한 베트남 ‘퐁니·퐁넛 마을 민간인 희생사건(일각에선 '학살'로 표시)'이 최근 언론에 계속 보도 되고 있다.

생존자 중 한 명 인 '응우옌 티 탄(1960년생)'이라는 60대 초반의 여성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도움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베트남 중부 꽝남시 퐁니 퐁넛마을에서 주민 70여명이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사건에서 어머니와 남동생을 잃고 당시 8세의 소녀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고 주장하는 응우옌씨는 민변 베트남TF 소속 변호사들을 법률대리인으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 진행 과정에서 민변은 한국 정부가 사건 당시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조사를 했는 지 등에 대해 따져보기 위해 국가정보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사건 당시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조사를 하고 기록을 남겼고 이를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관련 자료를 공개하기를 거부했지만 법원은 대법원 판결로 지난 3월11일 국정원 측 상고를 기각하고 민변이 청구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했다.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사건 중앙정보부 조사 서류 목록 공개하라" vs. 국정원 "국가 중대이익 보호…NCND가 원칙"



민변이 청구한 정보는 △ 중앙정보부가 1969. 11.경 최OO, 이OO, 김OO을 조사하여 작성한 문서들(신문조서 등)의 목록, △ 중앙정보부가 1969.경 퐁니 사건과 관련하여 작성한 보고서 등 문서들의 목록이었다. 민변이 이 정보들을 공개하라고 청구한 이유는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해당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조사했다는 점을 '공식화'하기 위해서다.

현재까지는 1968년 2월에 발생했던 베트남 꽝남지역의 퐁니·퐁넛 민간인 희생사건이 '학살'이었다고 한국이나 베트남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이에 대해 논의한 바가 없다. 만약 관련 정보가 공개되면 한국 정부가 해당사건에 대해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그 당시에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국가기록물에 의해 확인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응우옌씨 등 생존자들의 손해배상 근거로 쓰일 수도 있고 나아가 베트남 정부나 민간단체에 의한 '배상'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관련 행정소송 재판에서 "베트남 정부의 공식적인 배상요구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관련 정보의 비공개로 보호되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송 중 국정원을 대리해 정부법무공단이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 따르면 "대한민국과 베트남 사이에 사건에 대한 어떠한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현재 상황에선 이 사건의 정보 존부 및 내용에 대해 대외적으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의 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1심에서 행정법원은 "이 사건 정보를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은 1969년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퐁니 사건에 대하여 관련자들을 조사하였는지 여부와 그 관련자들에 관한 정보 등으로서 이 사건 정보는 약 50년이 경과한 사실에 대한 사료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고 원고는 민변 TF 소속 변호사로서 이 사건 정보를 통하여역사적 사실의 존부에 대한 규명 등 소속단체에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이를 토대로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등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점, 기본적으로 외교관계는 국가와 국가사이의 문제로서 시만단체의 어떠한 행위와 외교문제로 직접 비화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의 알권리 및 표현의 자유 등 구체적 이익을 희생시켜서라도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확보하려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분명치 한다"면서 민변 측 손을 들어줬다.( 2017구합83614)

서울고등법원도 2심에서 "피고(국정원)의 주장처럼 이 사건 제1정보를 바탕으로 추가 정보공개청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거나 베트남 정부의 공식적인 배상요구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 이 사건 정보의 비공개로 인하여 보호되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정원의 항소를 기각시켰다. (2018누60221)



법원 "민변 요구자료 국정원은 공개해라"




항소심 확정 판결에도 국정원이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재차 정보 공개를 거부하자 다시 민변은 2019년 3월 행정법원에 2차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도 지난 3월11일 대법원서 상고가 기각돼 민변이 승소했다.

${IC02}
대법원까지 민변이 요구한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하자 지난 4월5일 국정원은 사본 한 장을 민변에 보냈다.

민변이 요구한 자료 중 당시 조사를 받았던 파병 해병 소대장 등 간부 3명의 이름과 그들의 출생지만 적혀 있는 마이크로필름 촬영 목록 복사본이었다.

민변이 지난 9일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며 반발하자 국정원은 "대법원은 원고(민변)의 '중앙정보부가 베트남전 당시 파병된 국군 3명에 대해 조사하여 작성한 문서들의 목록' 정보공개 청구에 대하여 목록 중 생년월일 내지 출생년도에 관한 정보를 제외한 일부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지난 3월 11일 확정했다"며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문서 목록을 제공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변이 "국정원이 조사 목록 문건 중 단 15자(3명 해병 간부의 이름과 출생지)만 공개했다"고 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게 국정원 입장이다. "대법원 판결은 문서 내용이 아니라 문서 목록을 공개하되 생년월일 내지 출생년도를 제외하라는 것이고, 이에 따라 국정원은 공개 대상 정보인 3명의 생년월일(출생년도)을 제외하고 성명과 지역명이 명기된 내용을 그대로 제공한 것"이라는 게 국정원 설명이다.

국정원이 민변에 제출한 자료에 나오는 사건 당시 중앙정보부 조사를 받은 해병 간부 3명의 '이름'을 민변이 몰랐던 것은 아니다. 민변은 2017년 8월 국정원에 최초로 정보공개를 청구하던 때 이미 이들의 실명을 적시하고 있다. 청구자료 제목 자체가 '중앙정보부가 1969. 11.경 최OO, 이OO, 김OO(실제 민변의 정보공개청구서엔 실명 표시됨)을 조사하여 작성한 문서들(신문조서 등)의 목록'이었다.




민변 "베트남 참전군인 전체 학살자 매도 의도 없다"면서도 "학살 관련 참전군인들 참회하고 용서 구해라"


${IC03}
민변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참전군인들 전체를 학살자로 매도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밝힌다"면서도 "참전군인들 중 일부로 추정되는 학살에 관련된 참전군인들은 이제 인생의 정리기에서 사실을 밝히고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길 바라겠다"고 했다.

오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응우옌 티 탄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2차 변론 기일이 열린다.

법조계에선 응우옌씨의 손해배상이 인정될 경우 유사한 소송이 베트남 현지에 남아 있다는 유가족 100여명에 의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응우옌씨 소송이 대표자 소송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관련 활동을 하는 정의기억연대도 지난해 민변의 정부 상대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응원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퐁니·퐁넛 사건은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의 1968년 1월 뗏(음력 설) 공세에 대한 반격이었던 한국 청룡부대에 의한 괴룡작전 중 발생했다고알려져 있다. 관련 보도에 의하면 청룡부대 1대대가 마을 주변을 지나던 중 저격을 받자, 마을을 수색해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다수 발생했다.

베트남전에서의 민간인 학살 혹은 희생은 미군과 한국군 뿐만 아니라 남베트남군과 베트남민족해방전선(NLF:베트콩)에 의해서도 발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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