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석달 검찰 재수사 요청 3000여건…쉬운 사건만 하나?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석 달이 넘은 가운데, 그간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 중 검찰이 기록을 검토해 재수사 요청을 한 사안이 약 3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은 22일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통계를 정리한 '2021년 1분기(1월~3월) 개정 형사법령 운영 현황'을 발표했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접수된 경찰의 불송치기록은 7만5094건이다. 검찰은 이중 6만4047건을 검토해 2852건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했다. 재수사 요청 건수는 1월에 559건, 2월 916건, 3월에는 1377건으로 매달 늘어나고 있다.

재수사 요청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종결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90일간 기록을 검토한 뒤 문제가 있을 경우 다시 수사를 하도록 요청하는 절차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이 모든 기록을 송치하면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했지만, 올해부터 불송치 기록에 대해선 1회만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다.

이전에는 경찰이 기록을 넘기기만 하면 모든 결정을 검찰에서 했지만, 경찰이 불송치 결정에 대한 판단을 맡게 되면서 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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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1분기 불송치 송부기록 건수(12만3661건)를 보면 2019년~2020년 불기소 의견 송치 기록 평균 건수(13만3884건)보다 약 2만여건 줄었는데, '각하' 처분 건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도 경찰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9년~2020년 1분기 경찰의 불기소 의견 송치 건수 중 '각하' 건은 평균 1만7941건이었지만, 올해 1분기 2만7291건으로 약 1만여건 늘었다. '각하'는 수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건 자체를 종결하는 불기소 처분의 일종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불송치 결정된 비율 중 각하 비율만 전년 대비 엄청 늘었다"며 "경찰이 어려운 사건은 처리를 못 하고 쉬운 사건만 처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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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사건 대비 보완수사요구 비율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1분기 기준 전체 송치사건(13만2003건) 중 보완수사요구 건수는 1만4968건으로 약 11.3%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검찰에 송치된 사건과 불송치기록 전체를 놓고 보면 지난해 기준 78% 수준으로 감소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작된 1월의 경우 전년 기준 58.7%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제도가 바뀐 직후인 만큼 적응하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 송치된 사건 중 기소된 건수도 6만5000여건으로 전년 기준(약 9만건) 73.6%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대검 측은 "송치·송부 사건 대비 기소비율로 보면 전년과 비슷하다"며 "송치 사건이 줄어든 것이 기소 건수 감소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가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 등으로 제한되면서 검찰에 직접 제출되는 고소·고발 건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1분기 기준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은 7695건으로, 전녀 동기(2만4447건) 대비 68.5%가 감소했다.

대검 측은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걸친 개편으로 검경간 실무에 있어 다소간의 혼선은 불가피하다"며 "검경이 10회 이상의 수시 실무협의회 등을 통해 세부적인 문제점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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