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저항하다 가위로 남친 가슴 찌른 여성…'정당방위' 판결

남자친구의 폭행에 대항해 가위로 가슴을 찌른 50대 여성이 1심서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이동욱 부장판사)는 남자친구의 폭행에 저항하다 가위로 가슴을 찌른 A씨(50)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며 지난 9일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8월17일 자정 쯤 A씨는 자신의 남자친구 B씨(50)의 이별통보에 불만을 품고 서울 도봉구에 있는 B씨 집을 찾아갔다. 집에 들어간 A씨는 B씨에게 샴푸통과 생활용품을 던졌다.

A씨의 행동에 화가 난 B씨는 A씨를 침대로 밀치고 올라타 "너 오늘 끝장나보자", "죽여버리겠다"며 A씨의 머리와 빰을 폭행했다. 또 문구용 가위로 A씨의 머리카락을 2~3회 자르기도 했다.

B씨가 실수로 가위를 바닥에 떨어뜨리자 A씨는 '이렇게 맞다가는 죽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가위를 주워들었다. B씨가 가위를 빼앗으려고 하자 이 과정에서 A씨는 가위를 휘둘러 B씨의 왼쪽 가슴을 찔렀다.

A씨와 B씨는 이 사건으로 모두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이 반격 방어행위의 범주에 속해 정당방위가 성립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 했다.

재판부는 "B씨가 계속해서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하고 가위로 머리를 자르기까지 해 A씨가 신체, 생명에 절대적인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며 "A씨가 B의 가슴을 찌른 건 추가 공격을 제지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목적 등에 있어 공격적 성격이 미미하고 오히려 반격 방어행위의 범주에 속한다"며 "사회적으로 상당한 범위 내에 있다고 인정돼 정당방위가 성립된다"고 했다.

B씨는 특수상해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B씨가 연인사이였던 A씨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라 상해를 입혔다"며 "B씨가 A씨의 목을 조르기까지 해 A씨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점, A씨와 합의가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징역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어 "다만 B씨가 순간 분노해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가위에 찔리는 중상을 당한 점, 자백하고 반성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