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베트남에 백신 백만회분 지원…中견제·인도태평양 영향력 강화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외교'가 본격화하고 있다. 백신 외교는 개발도상국 등에 백신을 지원해 지역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15일 마이니치·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00만회분을 오는 16일 항공편으로 베트남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신은 같은 날 베트남에 도착할 예정이다.

일본이 백신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대상은 베트남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일 이미 대만에 AZ 백신 124만회분을 보낸 바 있다. 당시 모테기 외무상은 "대만은 동일본 대지진 때 재빨리 의연금을 보내줬다"며 "곤란할 때는 서로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1일 AZ 백신을 정식 승인했지만 혈전(혈액 응고)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공적 접종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AZ 백신을 활용해 대만과 베트남을 지원하는 등 백신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 일본의 백신 외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전반으로 확대된다.

이날 모테기 외무상은 오는 7월 초부터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4개국에도 백신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두 백신 공동구매·배분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제공한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하면 시간이 지체되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모테기 외무상은 아세안에 백신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아세안과 일본은 지극히 중요한 관계를 맺어왔다. 일본이 제창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이룩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본이 백신 외교를 펼치는 것은 중국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산케이는 "중국이 자국산 백신을 무기로 동남아 등지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가운데 일본도 백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미 백신을 보낸 대만과 베트남에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