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도 갔었는데… 국산 매장이었어?

"어머, 미국 수제 햄버거 아니었어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크라제버거 매장. 내부 분위기와 영문 표기 위주의 메뉴판이 미국 브랜드를 연상케 한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야채나 고기는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재료는 모두 유기농이다.


계산대 앞에 선 손님은 만 원짜리를 꺼내든다. 아깝지 않은 표정이다. 3000원대 패스트푸드점 햄버거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도 매장에는 빈 자리가 별로 없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줄을 서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외국인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국내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을 개척한 크라제버거.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크라제버거는 국산 브랜드다.

크라제버거는 12일 문을 연 전주점을 포함해 국내 55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1998년 압구정점 개점을 시작으로 10년만인 지난해에는 중국법인을 설립했다. 상하이에 테스트매장을 시범 운영했고 올해 12월경 마카오에 정식으로 해외 1호점을 열 계획이다.


크라제인터내셔널 마케팅팀 관계자는 "매장 인테리어, 영문메뉴판, 수제식 햄버거를 보고 미국 브랜드로 착각하는 고객이 있는데 애초에 해외진출을 고려해 콘셉트를 정했기 때문"이라며 "다국적 손님이 많은 마카오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을 정면 돌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햄버거뿐만 아니라 커피맛으로 해외 '역수출'을 노리는 기업도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 해외 커피체인점과 경쟁하는 토종 브랜드 할리스커피와 탐앤탐스 이야기다.

할리스커피는 스타벅스 국내 상륙 이전인 1998년에 강남 1호점을 열었다. 외국 커피체인점은 해외에서 원두를 볶아 들여오는데 이 과정에서 고유의 맛과 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할리스커피는 커피콩을 생두 상태로 수입해 국내에서 로스팅하는 전략으로 커피맛을 살렸다. 지난해 국내 매장 183곳의 매출은 671억원에 달한다.

할리스커피는 2007년 말레이시아 무티아라 다만사라 지역에 해외 1호점을 오픈했다. 뒤이어 미국에 역진출, LA 한인타운에 매장을 열기도 했다. 올해 매장수는 국내 204곳, 해외 3곳으로 조만간 20곳 추가 개점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성장세다.

탐앤탐스도 국내 매장만 134곳, 해외 매장 5곳을 확보한 '잘 나가는' 커피 브랜드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로 진출한 탐앤탐스는 호주 시드니에도 매장을 열고 영미권에 커피 역수출을 노리고 있다.

탐앤탐스 홍보팀 이문희 주임은 "해외에서 먼저 진출 제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브랜드가 선점하지 않은 미개척 지역을 공략해 입지를 굳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탐앤탐스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매장을 오픈했다 문을 닫기도 했지만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다시 도전할 계획이기도 하다.

올해 코스닥에 우회 상장한 미스터피자도 국산 브랜드다. 본래 일본인이 만든 소규모 매장이었지만 정우현 회장(61)이 1990년 브랜드와 해외판권을 인수했다. 이화여대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국내 매장만 362곳, 올 상반기 매출액 23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장수, 매출액에서 경쟁업체인 피자헛, 도미노피자를 앞선다.

미스터피자 마케팅팀 위기정 과장은 "2000년 중국에 이미 진출해 매장수를 12곳으로 늘렸고 2007년 LA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앞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으로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 과장은 "사업 초기에는 이탈리아 정통 피자를 선호하는 인식 때문에 한국 브랜드임을 일부러 강조하지는 않았다"며 "풍성한 토핑과 수타 빵, 독특한 맛으로 피자 본산지인 미국에서도 차별화할 수 있는 브랜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A 매장의 매출액은 이미 연 170만 달러(23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햄버거, 커피, 피자 등 서구음식으로 국내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이를 본산지에 '역수출'하는 국산 브랜드의 힘. 이들의 한국적이지 않은 분위기는 국내 소비자에 대한 '눈속임'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