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한 펀드자금, 다시 펀드로

국내 증시가 1800대 박스권에 묶이면서 주식시장에서 종목을 갈아타듯 펀드시장에서도 '순환매'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부 적립식 펀드로부터 만기성 이익실현 환매가 일어나나고 있지만 다시 펀드시장으로 유입돼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2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1개월동안 국내주식형펀드로 순유입된 금액은 998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단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10조7410억원이 쏟아져 투자자들이 관망세 속에 환매와 추가 불입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개별 펀드별로 자금 유출입은 명확히 드러났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1개월동안 '미래에셋솔로몬주식1'에서 1650억원이 유출됐으며,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K-1'과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ClassA'에서 각각 740억원, 552억원이 빠져나갔다. '미래에셋솔로몬'과 '한국삼성그룹' 펀드는 2004년 설정된 적립식 펀드로, 3년이라는 '심리적 만기'(은행의 자동이체 설정기간)가 다 된 펀드다.

그 뒤를 이은 '칸서스하베스트적립식주식 1ClassK'(-473억원)와 '미래든적립식주식C'(-433억원),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 1(C-A)'(-433억원)도 적립식펀드 열풍의 주인공들이다.


반면 같은 기간 대규모 기관 자금이 유입된 'KOSEF200ETF'와 '미래에셋TIGER200상장지수'를 제외하고 국내주식형펀드 가운데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 5C-A'으로 가장 많은 1646억원이 들어왔다. 그 뒤를 이어 'KB신광개토선취형주식'과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 2Class A'으로 각각 1413억원, 524억원이 유입됐다. 이들 모두 이미 규모나 수익률 측면에서 시장의 인정을 받은 '강자'들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게걸음 장세를 나타내고 있어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환매 자금이 다시 펀드 시장으로 유입돼 시장을 견고하게 키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남수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적립식 투자자들은 3년 여의 투자를 통해 목돈을 갖게 됐다"며 "환매 자금이 당장 시장으로 돌아오긴 어렵겠지만 펀드로 고수익을 얻었기 때문에 다시 펀드로 분산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적립식 자금의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병훈 대우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일부에서 2007년 초, 그리고 코스피 1800선에서 대량 환매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았다"며 "유출액과 유입액이 균형을 이루고 특히 적립식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는 추세여서 펀드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도 "펀드 투자가 자리잡은 지 3년이 넘어가면서 투자자들은 기대 수익을 스스로 낮추고 장기, 안정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흐름은 6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일부 전망과 달리 급락장이 아닌 반등장에서 오히려 환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