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유가상승 반갑지 않은 이유?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정유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가와 연동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ℓ) 1700원에 육박하는 등 지난해 말과 비교해 석유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정유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이 같은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유사 수익과 유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3일 "정유사의 수익구조는 정제마진과 연관이 있지 원유가의 상승여부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며 "다시 말해 원유가가 올라도 이것이 생산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으면 수익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정유사의 실적이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유사들은 2분기에 정제마진이 급감하면서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놨다. SK에너지 (114,800원 ▲3,800 +3.42%)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조9287억 원, 177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6%, 67% 감소했다. 정제마진과 관련이 있는 석유사업 매출액은 30%나 떨어졌으며 지난 2006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683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GS (44,400원 ▼400 -0.89%)칼텍스과 에쓰오일 (61,400원 ▲600 +0.99%)(S-OIL)도 영업이익이 각각 1984억 원, 422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4%, 94% 급감했다.


반면 원유가는 올해 들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왔다. 올 1월 평균 원유가는 배럴당 44.12달러였으나 6월엔 69.35달러로 57% 상승했다. 그러나 단순 정제마진은 1월에 0.58달러 수준에서 마이너스(-) 5.08달러까지 떨어졌다. 고도화설비의 정제마진도 3달러에서 마이너스(-) 3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고도화설비는 황 함량이 높은 저가의 벙커C유(중질유)를 고부가가치 제품인 휘발유와 경유 등 경질유로 바꿔 정유사의 수익성을 개선해주는 설비로 흔히 '지상유전'으로 불려왔다.

지난해에도 유가와 정제마진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한 유가는 7월에 평균 130달러를 넘어서면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정제마진은 1월부터 4월까지는 상승곡선을 그리다 이후 8월까지 다시 하락하면서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정유3사가 올 2분기 정유사업에서 적자를 낸 것은 바로 정제마진 악화 때문"이라며 "원유가가 오르면 정유사의 수익도 늘어야 하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3년간 단순 정제마진은 마이너스를 벗어난 달이 4달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 확보가 어렵다"며 "정유사들은 결국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 수조원이 들어가는 고도화설비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