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는 한·중 FTA, 국내산업 명암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업종은 13억 중국 시장 개방이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농업 등 중국산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는 업종에겐 '이보다 고약한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13억 후광효과' 수출株 '화색'=최근 중국과의 FTA 추진에 발동을 건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상하이 엑스포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 상하이를 방문,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중 FTA 진전에 대한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이 약 30분간 만나는 '간이회담'형식이지만 이 대통령이 한·중 FTA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빠른 진전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것이 안팎의 관측이다.

한·중 FTA가 급물살을 타게 되면 석유화학·디스플레이·전자·자동차·철강 등 주력 수출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제1위의 무역상대국으로,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8%에 달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한·중 FTA가 타결되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52~2.8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14억~131억 달러가 늘어나는 셈이다.


분야별로는 화학업종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KIEP가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DRC)과 공동 연구한 보고서(2006년)에 따르면 화학업종의 수출은 37억~38억 달러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석유화학 부문의 자급률이 낮아 시장이 열리면 한국 제품의 수출 증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자업종과 자동차업종의 수출도 각각 26억~28억달러, 17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섬유업종 수출 증가 규모도 약 20억달러 늘 것이라는 전망이며, 철강업종은 한국(0%)과 중국(6%)의 관세율이 달라 수출 증대효과가 예상된다.

◇'엎친 데 덮친 격' 농업 등 '울상'=손실이 우려되는 곳도 있다. 특히 농수산물 분야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한·중 공동연구에 따르면 한·중 FTA 체결 후 중국의 농산물 수입 급증으로 생산액의 14.7%가 감소하고, 농산물 수입이 108억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05년 340억달러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농업 생산액은 2020년에 274억 달러로 15년간 66억 달러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또 연근해·내수면·원양 어업 등 수산업 전 부문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안 그래도 중국산 농산물이 많아 어려움이 많은데 한 마디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밖에 제조업 분야에서도 일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경쟁력 있는 섬유, 백색 가전 등 제조업의 경우는 관세가 없어져도 이득이 없다. 저부가가치, 노동집약제품 들도 '메이드인차이나'의 위력에 눌려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