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쇼핑몰', 호텔로 변신

↑건물 일부를 이스트게이트 호텔로 전환한 동대문쇼핑몰 케레스타

서울 명동 일대 쇼핑몰과 오피스빌딩 등을 1일 숙박비 10만원 안팎의 중저가 비즈니스호텔로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증가하는데 숙박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보니 장사가 안되는 쇼핑몰,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빌딩 등을 수요가 많은 중저가 비즈니스호텔로 개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이다.


25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구 명동 M플라자(옛 제일백화점)은 비즈니스호텔 전환을 추진중이다. M플라자는 지하 2층 지상 22층, 연면적 2만8000㎡ 규모로 KB부동산신탁이 소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G 관련 회사가 펀드를 구성해 M플라자를 관광호텔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본점 옆 와이즈빌딩(지상 15층)도 숙박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는 등 비즈니스호텔로 변신을 준비중이다. 이 빌딩은 신한은행 소유 건물로 호텔운영전문업체가 임차해 호텔로 운영할 예정이다. 세종호텔 옆 청방빌딩(지상 9층)은 이미 호텔사업 승인이 나 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피스빌딩 뿐 아니라 대형 쇼핑몰도 비즈니스호텔로 전환이 한창이다. 명동 밀리오레는 지하 1층∼지상 2층만 쇼핑몰로 영업하고 나머지 지상 3∼17층은 총객실 780실 규모의 호텔로 리뉴얼 공사를 하고 있다.


서대문역 인근 서대문아트홀(옛 화양극장)도 지하 4층 지상 24층 규모 비즈니스호텔로 바뀐다. 이 건물은 도심 일반업무지역과 달리 숙박시설 건립이 불가능해 개발사업이 진행되지 않은채 노후건물로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 지역의 용도를 변경해 호텔로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비즈니스호텔로 리뉴얼중인 명동 쇼핑몰 밀리오레

그동안 명동·동대문 등 도심은 땅값이 비싸 숙박업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입지로 통했다. 객실점유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땅값, 임대료 등이 워낙 비싸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서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등 호텔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시장 트렌드가 달라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호텔객실은 138곳, 2만3000여개로 올해 객실수요인 5만1000여개에 훨씬 못 미친다. 입지만 좋으면 손님걱정은 안해도 되는 시장 상황인 셈이다.

경기 침체도 비즈니스호텔 붐을 일으키는데 한 몫했다. 공실 증가, 매상 부진 등으로 골머리를 앓느니 오피스나 쇼핑몰을 비즈니스호텔로 전환해 넘치는 손님들을 잡겠다는 사업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급호텔과 달리 최소 인원으로 최소한 부대시설만 제공해도 손쉽게 호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비즈니스호텔 사업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서울시내 호텔 수요에 비해 객실수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단기 공급과잉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비즈니스호텔이 우후죽순 생겨날 경우 저가경쟁이 치열해져 시장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영에셋 관계자는 "관광객 등 호텔 수요는 글로벌 경기 등 대내외 변수에 따라 언제든지 감소할 수 있는 만큼 호텔 운영에 앞서 충분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관광객이 줄어들면 시설 수준이 떨어지는 호텔의 경우 영업 경쟁에서 밀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