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국정원 수사 급물살···책임론 피할 수 있을까

국정원의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 대통령의 철저 수사 지시가 내려지면서 검찰의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역시 증거조작 의혹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 증거조작 의혹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0일 오후 5시쯤 내곡동 국정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달 18일 진상조사팀을 꾸린 검찰은 17일 만인 지난 7일 조사팀을 수사팀으로 전환한 이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환 직후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된 국정원 대공수사 직원들의 출입국 정지 조치를 취한 후 순차적으로 이들에 대한 소환을 준비해왔다. 현재 소환을 계획 중인 국정원 직원은 5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정원 압수수색까지 펼치며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건국 이후 세번째다. 이번 압수수색 결과에 따라 향후 국정원 직원 및 관계자에 대한 소환규모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대한 책임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은 지난 5일 관련 사건의 수사검사 및 공판검사에 대한 천주교인권위원회의 고발을 받아들여 이번 수사팀에 배당했다. 이에 따라 이들 검사에 대한 소환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검찰 관계자들은 "담당 검사들이 국정원이 제공한 증거를 검토하기 위해 외교부(선양 영사관)에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등 노력을 다했다"며 "증거조작을 인지하지 못한 만큼 책임추궁은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형사관련 기소를 검찰에 독점토록하는 국내 법안(기소독점주의)은 검사로 하여금 객관적 입장에서 공소의 제기 및 유지활동을 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관련 정황 및 증거를 충분히 확인하는 것도 검찰의 의무다.

때문에 이번 압수수색과 함께 검찰에 대한 수사 및 그 결과에 따른 징계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수사팀은 국정원 협조자 김모씨(61)와 국정원 직원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검찰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임정혁 대검 차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거에도 검찰 내부에 문제가 있을 때 감찰을 진행한 후 특임검사제를 운영해 내부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나섰다"며 "국정원 수사와 별개로 별도의 특임검사 등을 도입해 검찰 내부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사법기관이 증거조작 등과 연루돼 무고한 인사를 처벌하려 했다는 의혹이 높아지면서 검찰 수뇌부 선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증거조작 가담 여부를 떠나 공소유지에 국정원의 증거를 활용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책임이 상당부분 인정된다"며 "범의 여부에 따라 수뇌부 역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