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생시장 죽어가는데 세력 키우는 中日

전세계 파생상품 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이기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만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파생상품 시장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1일 국제파생상품업협회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거래소를 제외한 해외 파생상품시장 거래량은 208억2200만 계약으로 전년 대비 7.6% 늘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파생상품 시장이 39.9%와 39.4%씩 급성장했다. 미국 파생상품 시장도 9.9%, 러시아도 6.8% 커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시장과 일본의 파생상품 성장세가 주목할 만하다"며 "중국은 지난해 11월에 지수옵션 모의거래를 실시하는 등 파생상품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추진중이고 일본은 미니상품(거래단위를 낮춘 파생상품)을 통해 재도약을 시도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지난해 8억2100만계약으로 전년 18억3600억계약 대비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2011년 거래량 39억2800만계약에 비하면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개인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2010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잇단 규제들이 파생상품 시장을 위축시킨 결과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시장에서 개인이 일방적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코스피200 지수옵션의 거래 단위를 높이는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파생상품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규제가 본격화된 것은 2011년부터다. 코스피200 지수옵션과 주식워런트증권(ELW)을 거래할 때 기본적으로 1500만원을 예탁하도록 규정한 것이 시초였다. 2010년에 ELW 거래시 교육을 받도록 하는 규제가 도입됐으나 실질적으로 거래에 타격을 미친 것은 기본 예탁금 제도의 도입이었다.

2012년에는 지수옵션 1계약의 승수를 5배 인상해 기본 거래 단위를 대폭 인상하는 방법으로 진입장벽을 높였다. ELW에 대해서는 신규로 상장할 수 있는 상품을 증권사당 월 1회로 규제했고 매수·매도 호가의 차이(스프레드)가 15% 이상 벌어져 있을 때 유동성 공급자(LP)의 호가 제출을 스프레드 8∼15%로 제한시켰다.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유독 투기적 성향이 짙어 개인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었다. 금융당국은 근거로 한국의 파생상품 거래금액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너무 높다는 점을 제시했다. 파생 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직전해인 2010년에 한국의 GDP 대비 파생상품 거래금액 비율은 선물이 844.8%, 옵션이 6891%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거래가 많아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투기시장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거래가 많이 일어난다고 진입장벽을 높여 유동성을 급감시키면 거래비용이 높아져 헤지 수단이 필요한 투자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