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위기 파생시장, 안이한 금융당국 인식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조성훈 기자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고사상태인데 금융당국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를 살릴 규제 완화는 안중에도 없고 유동성도 없는 시장에 신상품만 투입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기존 규제는 유지하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코스피200지수 옵션 승수나 ELW(주식워런트증권) 호가 제한을 완화할 경우 개인들의 투기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대신 상장지수채권(ETN), 20년 장기 국채선물, 변동성 지수선물(V코스피 선물) 등 다양한 상품을 도입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신상품 중에서도 파생상품 시장의 유동성을 늘릴 수 있는 대표 상품인 미니선물은 당장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니선물은 이미 미국을 비롯해 주요 시장 대부분이 도입한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미니선물에 대해서도 개인의 손실 가능성이 있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 감소에 대한 인식도 시장과 괴리가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파생상품 거래 감소는 현물시장의 변동성이 줄면서 헤지 수요가 자연스럽게 사라진 측면이 있어 반드시 규제 탓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파생상품 시장은 기관을 비롯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장이지 개인이 섣불리 뛰어들면 상당한 피해를 볼 수있는 만큼 규제 완화는 조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신상품으로 파생상품 시장을 살리겠다는 금융당국의 구상에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에 막혀 기존 파생상품도 투자하지 않는데 누가 신상품에 눈을 돌리겠느냐"며 "규제 완화 없는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는 '꼼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상경 한국파생상품학회장(한양대 경영대 교수)도 "신상품 도입 결정은 유동성 확보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유동성 기능을 무시하고 이를 투기 세력으로만 바라본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시장이 성공하려면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목적의 참여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특정 목표만을 가진 사람들만 시장에 진입시켜서는 발전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과징금이나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