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가젤 기업'을 찾아서...기업이 커야 고용이 는다

메마른 사막에 서식하는 가젤은 가늘고 긴 다리로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치타와 같은 천적동물을 피해 다닌다. 주로 어린싹이나 풀을 먹으며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한다.

아프리카, 인도, 티베트 등에서만 볼 수 있는 가젤이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정부가 가젤처럼 날렵하고 크게 점프하는 중견·중소기업을 발굴, 추진력과 지속성을 잃지 않도록 지원하는 '한국형 가젤 기업'(고성장기업) 육성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다.


가젤이 경영학에 등장한 건 1980년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버치가 처음 '가젤 기업'을 언급하면서다. 그는 월마트처럼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었다가, 필요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는 거대한 기업들을 지칭하는 '코끼리 기업'과 상반된 개념으로 가젤 기업을 정의했다. 그가 말하는 '가젤 기업'은 최근 4년 평균 매출성장률이 20%에 달하고, 고속성장의 힘으로 고용창출능력이 뛰어난 회사를 말한다.

지난 20년간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경제가 고도화되고 '고용 없는 성장’으로 산업생태계가 변하자 고용창출 효과가 큰 '가젤 기업'을 키우기 위해 세제혜택과 금융지원을 제공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불씨를 당기고 있는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 남미 지역 국가의 경우 신규 일자리의 30% 이상을 가젤형기업들이 창출했다. 이에 가젤기업에는 '일자리 창조자'(Job Creator)라는 별명이 붙었다.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도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형 가젤 기업'(고성장 기업)을 발굴·지원하고 있다. 중기청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매년 500개의 기업을 발굴, 총 1500개의 고성장 기업이 고용창출의 원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기청은 앞으로 3년간 93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융자대출을 비롯해 2050억원 규모의 수출마케팅 및 연구개발(R&D) 자금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한다.


중기청은 지역별 평가를 고려해 수출 50만 달러 이상 기업과 수출 초보기업을 나눠 선정, 내수기업도 수출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역별 평가를 통해 지역 소재 고성장기업의 수출기업화 유도를 통해 지역간 균형 지원을 고려했다.

올해 중기청이 선정한 고성장 기업은 499개 중소기업이며, 평균 매출액은 123억원이다. 이중 현재 수출을 하고 있는 기업은 302개, 평균 수출금액은 205만 달러(한화 약 30억원)다. 나머지 107개 기업은 수출 준비 중으로 내년부터 구체적인 실적이 발생할 예정이다. 지난 3년간 평균 고용증가율이 17%, 매출성장률은 30%에 달한다. 수출도 연평균 27% 이상 증가했다.

중기청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기업당 최대 1억원의 수출마케팅 자금을 지원하고, 기업들이 마케팅 인력 고용비용이나 웹페이지 제작 비용, 해외 홍보비용 등에 자율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또 기업들에 '마른 땅의 단비' 같은 기술개발(R&D) 자금도 2년간 최대 5억원씩 지원한다.

특히 중기청은 고성장기업의 약 70%가 매출 100억원 미만의 소기업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 이들 회사가 중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안정적 고용을 유지하는 동시에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원영준 중기청 과장은 "국내 중소기업은 소기업이 많고 중기업이 적은 호리병 구조기 때문에 중기업을 많이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매출과 고용창출에 뛰어난 가젤형기업을 꾸준히 발굴, 우리 경제 성장의 기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