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기업구조조정, 필요한 역할 할 것"(종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 논란과 관련해 "기업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한은은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ADB(아시아개발은행) 총회 참석을 위한 출국에 앞서 열린 한국은행 집행간부회의에서 "기업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므로 역할 수행 방안을 다시 한번 점검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회의를 마친 뒤 3일부터 5일까지 '제29차 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독일로 출국했다.

한은이 이 총재의 집행간부회의 모두발언을 언론에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형 양적완화를 놓고 정부와 갈등 빚는 모습이 연출되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한은 발권력 동원을 골자로 한 한국형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대비책으로 이 분야 여신이 많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한은이 출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은은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은 재정의 역할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이 총재는 기업구조조정 관련 한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오는 4일 관계부처가 중심이 돼 출범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금융시장 위축, 기업 자금사정 악화 가능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국책은행 자본확충 TF에 참여해 관계기관과 추진방안을 충분히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이 총재 발언은 원론적 수준으로 읽힐 수 있지만 발권력 동원에 선을 그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고 TF에서 (발권력 동원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연일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를 압박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읽혀 진다.

이 총재는 또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해 대외발언할 때는 관계기관이나 일반국민의 오해가 유발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29일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면 기본적으로 재정 역할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해 외견상 정부에 반박하는 모양새를 연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