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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수사로 어머니 잃었다"…신안 살인사건에 유족 분통

"3년전 사건 제대로 수사했다면 2차 희생자 막아" 경찰 "타살 증명 증거 없었다…다각도로 수사했다"

뉴스1 제공 |입력 : 2017.09.1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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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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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남 신안군에서 발생한 70대 할머니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3년 전 경찰이 '병사(病死)'로 판단했던 40대 여성 역시 살해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유족은 3년 전 사건을 경찰이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어머니를 이렇게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전체 주민이 1700여명에 불과한 전남 신안군의 한 작은 섬마을이다. 조용하던 시골 섬마을이 발칵 뒤집힌 건 지난달 18일. 섬마을 이장은 며칠째 보이지 않는 A씨(77·여)의 집을 찾았고, 이곳에서 모포에 몸이 둘둘 감긴 채 얼굴에 모자가 덮여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면식범의 소행이라 판단한 경찰은 마을 주민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였고, 이 마을에 사는 B씨(30)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과 유족의 말을 종합하면 B씨는 지난달 15일 오후 2시쯤 A씨의 집에 들어가 A씨를 성폭행 할 목적으로 살해했다. B씨는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그대로 방치했다가 담배를 피우고 다시 돌아와 시간(시체 강간·屍姦)하는 등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A씨의 얼굴에 모자 등을 덮어 둔 뒤 범행 현장을 떠났다.

자백 전 범행을 부인하던 B씨는 "A씨가 보이지 않아 걱정돼 가봤더니 숨져 있길래 염을 해줬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또 있다. B씨는 경찰의 추궁 끝에 3년 전 같은 마을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 역시 자신이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지난 2014년 6월 이 마을에서 거주하던 C씨(46·여)는 A씨와 비슷한 모습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에서는 타액의 체액과 정액 등이 검출됐고, 경찰은 의심되는 주민 4명의 유전자를 채취해 비교작업을 벌였지만 끝내 일치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 B씨는 유전자 대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을 통해 간경화 등으로 병사한 것 같다는 추정결론을 내리자 경찰은 수사를 종결했고 이 사건은 단순 '병사'로 처리됐다.

그러나 3년이 훌쩍 지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C씨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B씨의 DNA를 대조한 결과, 두개의 유전자는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유족은 "3년 전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만 잘 됐더라도 우리 어머니를 이렇게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초 서울 중랑구에서 만난 A씨의 아들 박모씨(51)는 "3년 전 사건에서 경찰이 범인을 잡았더라면, 어머니 사건은 없었던 것 아니냐"라며 "자식된 입장에서 너무나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머니와 3년 전 숨진 40대 여성, 그리고 용의자인 B씨의 집은 불과 6집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지근 거리에 있는 범인을 3년 전 경찰이 밝혀내지 못했음을 질타했다.

지적장애 2급인 B씨는 A, B씨의 자택 근처에 살며 아버지의 염전 일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씨 측은 "동네 주민들은 B씨가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로 B씨는 평소 정상인 같이 생활했다"고 말했다. 범행을 은폐하고 3년간이나 숨기며 살 수 있었던 만큼 지적장애에 대한 판단 역시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씨는 "C씨의 시신에서 다른 남성의 타액이 발견됐음에도 당시 경찰이 '병사'로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국과수가 C씨 사인에 대해 '추정결론'을 내렸을 뿐임에도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한 사실을 미심쩍어했다.

그는 특히 B씨가 2년 전 절도 혐의로 구속됐던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에라도 C씨 사건에서 발견된 타액 DNA 등과 B씨의 DNA를 대조했더라면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C씨를 살해하고 1년이 흐른 2015년 절도 혐의로 구속돼 교도소에 수감됐던 B씨는 이전에도 작은 섬마을에 살며 8차례나 차량이나 선박 절도 등으로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매형 이모씨(56)도 역시 분통을 터뜨리며 "3년 전 살인 사건이 발생한 후 같은 동네에 살던 B씨가 절도 혐의로 구속까지 된 상황에서 왜 DNA 대조작업을 벌이지 않았는지, 너무나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고, 사전에 밝혀질 수도 있었던 사건"이라며 "(범인을 사전에 잡을 수 있었던) 기회가 몇번이나 있었는데, 왜 그로 인한 피해와 고통을 우리 가족이 겪어야 하는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에 대한 상담을 지원 중인 안민숙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코바) 상담국장은 "피해 가족들은 3년 전에 이어 올해에 연쇄로 살인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사회가 무관심하다는 것에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며 "당시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 어머니를 잃었는데 경찰의 사과도 없는 상황에서 누구도 관심이 없으니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몰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여론과 경찰 등이 관심을 갖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B씨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도 이같은 피해자들의 심리가 반영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1 DB.
/뉴스1 DB.

이같은 주장에 이번 사건을 수사한 전남 목포경찰서 측은 "3년 전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B씨를 범인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나 자료 등이 전혀 확인 되지 않았기에 더 이상 수사 진척이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C씨의 사체에서 타인의 DNA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부검 결과가 타살이라는 결과와 일치해야 하는데, 부검을 통해 타살의 혐의점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증거나 정황 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아무나 불러 추궁을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3년 전 살인 사건 이후 절도 혐의로 구속 수감됐을 때 DNA 대조 작업을 벌이지 않아 이번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유족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당시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부검 결과가 있는 상황에서 B씨를 범인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DNA 대조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러면서 이번 A씨 사건의 경우, 범행 시간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B씨가 A씨의 자택에 갔던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B씨를 용의자로 삼을 수 있었다며 "이후 수사 과정에서 비슷한 사건에 대해 추궁해 자백을 받아내는 등 다각도로 많은 증거를 모아 수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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