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호 "개그연극 1년, 관객도 배우도 즐거운 소통"

개그맨 정태호

　
“무대에서 하고 싶은 개그를 모두 선보이고 싶었어요. 개그뮤지컬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정태호 소극장 플레이(PLAY)’에서 만난 개그맨 정태호(사진)는 “‘그놈은 예뻤다’를 선보인 지 벌써 1년이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놈은 예뻤다’는 정씨가 자신의 이름을 딴 소극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개그연극이다.


2008년 KBS 공채 개그맨 23기로 데뷔한 정태호는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간판코너 ‘감사합니다’ ‘정여사’ 등을 이끌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늘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개콘을 뒤로하고 소극장을 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방송에선 늘 아이디어를 내지만 채택이 안될 수도 있다”며 “준비한 개그아이디어를 가지고 마음껏 모든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나만의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그 베테랑인 만큼 자신감은 넘쳤지만 막상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는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정씨는 ‘그놈은 예뻤다’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연출과 제작에서 전기공사와 페인트칠, 티켓 판매망 구축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직접 준비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정씨는 “어느 날 관객이 평소보다 적은 10명밖에 오지 않아 당황했다”며 “알고 보니 티켓 예매사이트에 공연기간 연장을 안해 공연이 종료된 걸로 돼 있었다”고 웃음기 있는 얼굴로 말했다.

정씨가 생각하는 개그연극의 장점은 관객의 반응을 바로 파악한 뒤 다양한 애드리브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보통 연극은 볼 때마다 똑같지만 개그연극은 매번 다른 무대를 만날 수 있다”며 “전체 줄거리는 같지만 분위기가 무거우면 애드리브로 분위기를 바꿔본다”고 말했다.

연극을 하면서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그는 “관람 때 웃지 않은 관객이 퇴장할 때 너무 재미있었다는 평가를 해 놀라기도 했다”며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개그의 본질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극을 시작한 지 1년 된 소감을 묻자 “51점을 주고 싶다. 아직도 해답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1년 전 첫 공연을 본 관객이 지금의 무대를 보면 전혀 다른 공연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관객들이 ‘이런 웃음을 주기 위해서 TV에 안 나오는구나. 재미있네’라고 평가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씨는 자신의 소극장이 선후배 개그맨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하는 놀이터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는 “개그 외에도 노래, 춤 등을 잘하는 개그맨이 많지만 정작 실력을 뽐낼 무대가 없다”며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개그맨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뽐내는 놀이터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 엔터테인먼트인 개그뮤지컬에도 도전하는 등 누구나 볼 수 있는 웃음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