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금호타이어 대신 '그룹' 선택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김남이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결국 금호타이어 (4,215원 ▼160 -3.66%) 대신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선택했다. 사실상 자구안이 거절된 상황에서 채권단을 상대로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계속 고집할 경우 다른 계열사로 재무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일 오전 박 회장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직접 만나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만남은 박 회장이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 측은 자구안이 현실적이 않다는 점과 향후 다른 계열사로 재무 위험이 번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이 제시한 자구안은 자금 조달의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고, 채권단 중 한 곳만 반대해도 거절된다는 위험을 안고 있었다.

논의 끝에 박 회장과 이 회장은 금호아시아나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상표권 허용 등 합리적인 선에서 서로 협조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성격상 포기로 결정을 내렸으면 깨끗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는 현재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타이어는 물론 향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흔들릴 경우 사회적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의 잡음으로 금융권과 금호아시아나의 관계가 크게 악화된 상태"라며 "자구안 실현을 위한 자금 여력도 부족할뿐더러 향후 금호아시아나가 자본 조달을 할 경우 이를 지원할 금융사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9,330원 ▼160 -1.69%)의 재무 상황과 산업 특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892.4%에 달하고, 순차입금만 4조3173억원에 이른다. 또 업종 특성상 항공기 구입을 위한 운용리스 등 자금 조달이 많다.

금융권과의 관계 악화는 아시아나항공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금융시장(회사채 및 차입금)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장래매출채권 유동화와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금호타이어를 우선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에 서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도 박 회장의 경영권 포기의 배경이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만 총 1조 9000억원에 달한다. 채권단의 만기 연장 등 도움이 없이는 정상화가 진행될 수 없다.

만기가 연장되더라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협력업체 대금과 운전비용 등 신규자금이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에 이를 지원할 자본 여력이 없다. 금호타이어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권이 도움이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금융권의 도움 없이 금호타이어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모두 갖고 가는 것은 욕심"이라고 평가하며 "이 회장과 박 회장이 직접 만나 서로의 의견을 확인한 것이 결론적으로 올바른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