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블랙리스트' 컴퓨터 4대 확보…"판사 동의 구하는 중"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 지시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 조사 중인 재조사위원회(재조사위)가 블랙리스트 파일이 담겼단 의심을 받는 법원행정처 컴퓨터 4대의 저장장치를 확보했다. 재조사위는 여기에 저장된 파일을 조사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한 판사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재조사위는 8일 법원 내부망에 활동경과를 공지하는 글을 올리고 "컴퓨터 4대의 저장매체를 조사대상으로 선정해 보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재조사위는 "추후 의혹이 다시 제기되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본격 조사에 앞서 보존 조치한 저장매체가 조사대상이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병행했다"며 "보안유지를 위해 법원행정처의 협조와 기술자문위원들의 의견청취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재조사위는 아직 저장장치에 담긴 파일을 열어보지는 못했다. 당사자 동의 없이 파일을 열람했을 경우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재조사위는 "비록 사법행정과 관련해 업무상 작성된 문서이지만 법관이 사용한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를 열람하는 것"이라며 "법리적으로 접근하기 전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지속해왔고 현재도 노력 중"이라고 했다.

재조사위는 조사를 마치는 대로 적절한 시점을 골라 그간의 조사과정과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재조사위는 "조사를 마치는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컴퓨터를 사용한)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한지 등에 관한 여러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향후 조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조사과정을 한정적으로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부를 비판하는 판사들의 명단을 만들어 관리했다는 내용이다. 법원 내 판사 모임 중 하나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취지의 학술대회를 개최하려 하자 법원행정처가 나서 저지한 '사법탄압' 사건 직후 불거졌다.


실제로 국제인권법연구회에 압박을 가했던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한 판사에게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이 있는데 좋은 취지로 한 것이니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커지자 양 전 대법원장은 이인복 전 대법관에게 진상조사를 맡겼고, 이 전 대법관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어떤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일선 판사들은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반발했고, 전국 판사 100명이 모여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구성됐다. 판사회의는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를 요구했으나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요구를 받아들여지 않고 임기를 마쳤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재조사위원장으로 지명하고 모든 조사권한을 넘겼다. 민 위원장은 "기술적 애로만 없다면 조사기간을 가급적 단축할 예정"이라며 신속히 사건을 마무리짓겠단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