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 우월의식 고쳐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은 어떠한 경우에도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는 우월의식을 버려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금융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금융혁신은 늘상 하던 얘기지만 그간 공적인 자리에서 한번도 쓰지 않았던 '금융적폐 청산'이란 표현까지 동원했다. 금융권의 높은 급여에 대해선 '황제연봉'이라고 직격했다.


최 위원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권 적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얼음장과 같이 차갑다"고 지적하고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이뤄진 금융적폐를 적극적으로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금융적폐'란 표현까지 동원한 것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금융당국이 금융적폐 청산에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담보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행태’, ‘과도한 황제연봉’,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구조’, ‘불완전 금융상품 판매 등 금융소비자 피해’, ‘채용비리’ 등을 대표적인 금융적폐로 규정했다.

최 위원장은 또 "금융은 어떠한 경우에도 간섭 받아서는 안된다는 식의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금융인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쳐라"라고 질타했다. '시장 자율 보장'과 '개혁을 위한 개입' 사이에서 줄타기 하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앞으로 '개혁을 위한 개입'으로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는 선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금융적폐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느냐"며 "앞으로 강도높은 금융혁신을 예고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가 이날 발표한 금융쇄신,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경쟁촉진 등 4개 분야, 30개 금융혁신 과제는 개혁을 위해 정부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우선 금융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추천 등 주주제안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 기준을 완화키로 했다. 현재도 금융지배구조법상 소수주주권 행사 기준이 지분율 0.1% 이상으로 상법상 기준 3%에 비해 낮지만 이를 더 낮추겠다는 것.

또 외부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추천을 통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사외이사로 참여하게 해 독립성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의 셀프연임 등을 차단할 수 있도록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 영향력을 제외하는 내용을 법(금융지배구조법)에 아예 규정하기로 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금융권의 과도한 연봉도 수술대에 올린다. 최 위원장은 금융권의 고액연봉을 '황제연봉'이라고 표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는 자본시장법상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5명까지만 공시하게 돼 있지만 금융지배구조법에 고액성과급 수령자에 대한 개별공시 기준을 마련해 공개 대상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 등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강화한다. ATM(자동화기기) 이용과 외화 환전시 부과되는 은행 수수료 부과체계를 점검하고 저소득층의 금융거래 수수료 면제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대출금리 등 금융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개인신용평가 체계도 개선한다. 통신료 납부실적 등 비금융신용정보의 활용을 확대해 금융정보 부족으로 신용평가상 불이익 받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방안이다. 금융위는 "법 개정없이 추진가능한 주요 과제들은 1분기 내 방안을 확정하고 최대한 조속히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