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콘 NEC 위원장 사임…고삐 풀린 트럼프 일방주의(종합)

게리 콘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공세에 반발해온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결국 사임한다. 그의 사임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일방주의 공세가 더 거세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콘 위원장은 이날 백악관이 기자들에게 발표한 성명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성명에서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 미국인들에게 이익을 주는 친성장 경제정책, 특히 역사적인 세제개혁법을 제정한 건 영광이었다"며 "기회를 준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그와 행정부가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 성명에서 "게리는 나의 수석 경제고문이었고 우리 어젠다를 이끄는 데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며 "그는 드문 인재로, 나는 미국 국민들에 대한 그의 헌신적인 봉사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콘 위원장이 몇 주 안에 공식적으로 물러날 것으로 예상했다.


백악관과 미국 의회에서는 전부터 콘 위원장의 사임 가능성이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잦은 불화를 겪은 만큼 세제개혁 입법을 마치면 그만 둘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법인세율 인하(35→21%) 등을 골자로 한 세제개혁법에 서명했다.

콘 위원장의 사임 결정 배경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한 게 결정타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조치를 둘러싼 백악관 내 힘 겨루기에서 콘이 패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발표하기 불과 몇시간 전에 콘 위원장이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다퉜다고 전했다. 로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를 권고한 장본인이다.

외신들은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콘 위원장이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보호무역 행보에 적극적으로 반발해왔다고 전했다.

콘 위원장의 사임설은 지난해 8월에도 불거졌다. 그가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백인우월주의 시위 중에 일어난 유혈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비판했을 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양비론 아래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입길에 올랐다. 콘 위원장이 재닛 옐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후임 후보군에서 탈락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1월 대선 직후 골드만삭스 사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있던 콘을 NEC 위원장으로 발탁했다. 콘 위원장은 민주당 당원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친시장·친성장 정책을 지지하며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는 트럼프의 지명을 받고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번영하는 경제에서 모든 미국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살도록 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비전을 공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콘 위원장의 사임은 금융시장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그가 백악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NYT는 지난해 8월 샬러츠빌 사태 때 콘 위원장의 사임설이 나온 것만으로도 시장이 폭락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방주의 공세를 강화할 태세인 만큼 콘 위원장의 부재는 더 큰 불확실성을 낳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일방주의 고삐가 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운전대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로 더 기울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