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위협하는 '쌍둥이'의 귀환…"다음 경기침체는 더 고통스러울 것"

미국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수지 흑자(+)·적자(-) 비율 추이(단위: %, 음영은 경기침체)/자료=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경제데이터(FRED)

'쌍둥이 적자'가 미국 경제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까지 맞물려 경제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쌍둥이 적자는 재정수지와 무역수지(경상수지)가 모두 적자인 걸 뜻한다. 재정지출이 세수를 초과하고 수입이 수출을 웃도는 상태다. 미국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0년대에 두드러졌다. 이후 2000년대 초반에 잠깐 나타났을 뿐 지금처럼 우려가 커진 건 사실상 1980년대 이후 처음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9일 낸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2020년에 사상 처음 연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2028년엔 1조5000억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재정적자를 급격히 불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 2월 576억달러로 2008년 10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전달에 비해 1.6% 늘었다. 6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국 GDP(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적자(-) 비율 추이(단위: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쌍둥이 적자가 꼭 경제에 해로운 건 아니다. 경기가 나쁠 때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수요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 국부가 빈약한 신흥국은 기반시설이나 공장을 지을 여력이 달리는 만큼 수입에 의존하기 쉽다. 중요한 건 두 경우 모두 미국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탄탄한 경기회복세를 뽐내고 있고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있다.


미국처럼 경기가 호황일 때는 인력이나 설비가 별로 남아 돌지 않는다. 재정지출을 확대해봐야 생산이 더 늘기 어렵다. 결국 재정적자 확대는 무역수지 적자를 늘리기 쉽다. 재정지출이 소비력만 키워 수입품 수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멘지 친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쿼츠에 미국의 해외 차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쌍둥이 적자를 둘러싼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재정적자를 메우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CBO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이미 21조달러를 넘어섰는데 2028년에는 33조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특히 민간이 보유한 미국 국채 비중이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78%에서 2028년엔 96%로 높아질 것으로 CBO는 내다봤다. 1946년 이후 최고치다. 키스 홀 CBO 국장은 미국의 재정위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친 교수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메울 자금을 융통해주지 않겠다고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에 대한 보복 카드로 이 나라 국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이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한다.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재정적자를 더 늘리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맞물리면 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CNN머니는 재정적자가 늘면 재정운용능력이 제한돼 미국의 다음 경기침체가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2020년 미국 대선 전에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7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2단계 감세를 거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