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檢 칼끝에 선 LG家…100억대 탈세 혐의 압수수색

LG그룹 총수 일가의 100억원대 탈세 혐의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LG그룹의 방계를 제외한 직계 총수 일가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은 2003년 이후 15년만에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그룹 지주회사인 ㈜LG 본사 재무팀 등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날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세무·회계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에 총수 일가의 자택은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LG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인 LG상사 지분을 그룹 지주회사인 ㈜LG에 넘기는 과정에서 주식 매각 차익에 대해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LG그룹의 구본무 회장과 동생 구본준 부회장, 구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상무 등 오너 일가 36명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LG상사 주식 957만1336주(지분율 24.7%)를 ㈜LG에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매각했다. 금액은 주당 3만1000원씩 총 2967억원 어치였다. 당시 지분 거래는 LG상사를 ㈜LG의 자회사로 만들어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에 따르면 △상장법인 대주주의 장내·외 주식 양도 △대주주가 아닌 자의 장외 주식 양도에서 발생한 차익에 대해선 20%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조세범처벌법에 따르면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3년 이하 징역과 포탈세액 3배 이하의 벌금형에 동시에 처해질 수 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LG상사에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4국 요원들을 투입해 4년 만에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은 지난달 국세청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구 회장은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은 법인이 아니라 행위자를 고발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밖에도 LG상사의 자회사인 항공·해운 물류 계열사 판토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상사와 LG그룹 총수 일가가 각각 51%, 20%씩의 지분을 보유한 판토스는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이 LG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발생한다.

한편 LIG그룹과 같은 LG그룹의 방계가 아닌 직계 총수 일가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수사는 2003년 당시 대선자금 수사 이후 15년 만이다. 이 때문에 LG그룹은 그동안 재계에서 '오너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른바 '검찰 무풍지대'로 분류돼 왔다. 2016년 11월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 가운데 하나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문제로 구 회장이 검찰에 비공개 소환된 적이 있지만 당시엔 강요 피해자 성격의 참고인 신분이었다.

LG그룹은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일부 특수관계인들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그 금액의 타당성에 대해 과세 당국과 이견이 있었다"며 "그에 따라 검찰이 수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