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B "미·중 무역갈등, 글로벌 영향 제한…장기화 대비해야"

임종철 디자인기자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등 글로벌 기관들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높인 것이 당장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무역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자동차 등 무역비중이 높은 분야로 확산돼 세계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8일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미·중 관세발표에 대한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예고했던 대로 동부시간으로 6일 오전 0시 1분부터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중국도 동일한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보복관세 부과로 맞대응했다.

그러나 시장은 예상을 깨고 잠잠했다. 관세 부과가 선반영됐던 만큼 큰 충격은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일본 니케이225지수, 한국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0.5%, 1.1%, 0.7% 각각 오른 채로 마감했다. 이후 개장한 미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와 독일 DAX지수도 각각 0.9%, 0.3%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해외 IB들도 미·중의 상호 관세 부과 조치가 양국 경제, 나아가 세계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당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씨티그룹(Citi)은 "2000억달러 추가 관세 부과 같은 전면전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제까지 발표된 관세부과 규모는 미·중 국내총생산(GDP)의 0.5%, 0.4%에 불과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높은 긴장 상태가 향후 수개월간 지속될 우려가 있다"며 "양국간의 무역갈등이 전면적으로 비화될 경우 중기적으로 글로벌 GDP는 1~1.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는 "무역갈등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 GDP가 0.2% 감소하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의 500억달러 규모 관세부과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도 했다. 500억달러 중 아시아 국가들이 더하는 부가가치는 약 175~200억달러 정도로, 이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GDP의 0.1%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우려되는 점은 무역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이다.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되지는 않겠지만,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도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국제금융센터는 16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는 8월 중순까지 시행될 소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언급한 추가 5000억달러의 관세부과 조치는 "아직까진 협상용 카드로 판단된다"고 봤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협상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미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의 대중 전략이 변화되고 있는 만큼 11월 중간선거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가 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의 양호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무역분쟁에 따른 경제적 압박감이 덜할 수 있어 무역분쟁이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무역전쟁은 시작됐지만 탈출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또 자동차 관세부과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봤다. 자동차의 경우 다른 품목보다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관세 부과시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JP모건(JP Morgan)에 따르면 자동차와 관련 부품 수입규모는 약 3600억달러로 미국 GDP의 약 1.9%, 수입의 약 12.3%를 차지한다.

피치(Fitch)는 현재까지 시행된 관세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관세부과, 자동차 관세, 상대국들의 보복관세 등이 모두 이뤄졌을 때 전 세계 무역이 약 2조달러 감소하고, 미국의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