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사회적경제…文-기업인 대화, 국회가 풀어야 할 숙제는

머니투데이

이재원 , 한지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기업인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규제혁신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열고 기업인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 등을 약속했다. 기업인들에게서는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사안 등을 경청했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서로 요구한 사안들이지만, 정작 국회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규제혁신 약속한 文, 국회에선 9부 능선 넘었다=문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AI(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활성화되도록 좀 더 규제를 풀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형 규제샌드박스가 시행되면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규제혁신은 국회에서 9부능선을 넘은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규제혁신 5법(정보통신융합법‧산업융합촉진법·금융혁신법·지역특구법·행정규제기본법)을 발의했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에서 새 제품·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을 둬 기존 규제를 면제하고 유예하는 제도다.

이 중 행정규제기본법을 제외한 4개 법안(규제 특례)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은 오는 17일, 금융혁신법과 지역특구법은 4월 시행될 예정이다.

규제특례는 크게 △규제 신속확인 △임시허가 △실증 특례 등 3가지로 시행된다. 기업이 신기술·신산업과 관련해 정부에 규제 내용을 문의하면 30일 이내 회신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만약 30일 이내 회신이 없으면 사업자는 관련 규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제품을 출시하면 된다. 불합리한 법령으로 사업화가 제한되면 일정한 조건 하에 기존 규제를 받지않는 실증특례(실증테스트)도 가능하다.

다만 행정규제기본법은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처리 과정이 남아있다. 행정규제기본법은 앞서 통과된 4개 법안의 원칙을 규정하는 법으로 '규제혁신'의 키로 불린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도 법제화…공정거래법 개정은?=문 대통령은 이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대폭 확대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선 이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공포 후 6개월 후인 7월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수·위탁 거래에서 '을' 입장인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적정한 납품단가 보장을 유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 개정에 따라 수·위탁거래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가 새롭게 도입된다. 인건비, 경비 등 공급원가 변동으로 납품대금 조정이 필요할 시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대금 조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별 중소기업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신 위탁기업과 납품대금 조정을 협의할 수 있다.

이 외에 여당이 전면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공정거래법'도 있다. 여권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개정안을 강화하는 방향의 법안을 잇달아 내놓은 상태다. 김병욱·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각각 4건과 2건을 발의했다. 동조적 행위를 '담합'으로 규정해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 금지 등 강력한 규제를 담았다.

이같이 여권이 공정거래법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올해 국회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공정위 개정안을 '기업 옥죄기법'으로 평가하는 등 부정적 입장이라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업이 더 원하는 '사회적경제'…국회에선 '해묵은 숙제'=최태원 SK회장이 역설한 '사회적경제'에 관한 법안도 국회 소관이다. 최 회장은 "혁신성장의 또 다른 대상이 하나 있다. 사회적경제"라며 "여태까지 우리가 잘 접근하지 않았던 방법이긴 하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유럽의 평균 고용창출의 6.5%가 사회적경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은 협동조합과 모든 걸 다 포함하더라도 1.4%에 불과하다. 상당한 포텐셜(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한 법안은 총 3가지다. 서형수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 기본법안' 등이다. 세 법안 모두 20대 국회가 출범한 2016년 발의됐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는 이같은 사회적경제 법안의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달 1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 등이 담겼다. △일자리 창출 본격 추진 △진입규제 완화 △생태계 조성과 확산을 위한 협동조합 등 모델 발굴 △사회가치연대기금 설립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