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화 뭐길래…의료계·약계 vs 정부·한의계 '혈투'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첩약 급여화 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결의대회'에서 첩약 급여화 반대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2020.06.28. [email protected]

오는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앞두고 ‘첩약 급여화’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정부가 건정심을 거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인 가운데, 의료계는 초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첩약은 여러 한약재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약이다. 그동안 한의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첩약 가격을 매겨 환자에게 공급해왔다. 첩약 급여화는 첩약을 건강보험에 포함시켜 일정 부분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정부, 10월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오는 10월부터 3년간 한의원에 △월경통(생리통)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뇌혈관질환(뇌졸증)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매년 5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이유로 제시했다. 수요가 많은 치료법이나 약물에 건보 혜택을 넓히겠다는 얘기다. 첩약이 급여화되면 일단 환자 부담이 적어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20만원 수준인 월경통 첩약 가격이 10만원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

첩약 급여화는 한의계의 숙원과제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야 한의원 문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2017년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의 분야 개선 사항에 대해 응답자 45.7%는 건보 적용 확대를 꼽았다.

의료계 “안전성·유효성 미검증…포퓰리즘 정책”

의료계는 가뜩이나 건보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첩약을 급여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신약의 경우 오랜 시간 대규모 연구를 통해 안정성·효과성이 입증돼야 건보 적용을 받는데 한약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약사회 등 4개 단체는 이날 ‘첩약 급여화, 선결과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긴급 정책간담회를 열고 첩약 급여화의 문제를 비판했다. 첩약 급여화의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의료계와 약계가 합심하는 모습이다.

의협은 시범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초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가 포퓰리즘에 기반한 시범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건정심에서 통과된다면 전문가로서 양심과 사명감을 걸고 가장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