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WTO사무총장 격전지 스위스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출사표를 던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전이 시작됐다.

산업부는 유 본부장이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특별 일반이사회에 참석해 사무총장 후보 정견을 발표하기 위해 12일 출국한다고 10일 밝혔다.


이사회에서는 WTO 회원국 제네바 주재 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 본부장을 포함한 사무총장 후보자 8명이 후보자 등록 순서대로 각자 정견을 발표하고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유 본부장은 8명의 후보 중 5번째로 정견발표에 나선다.

정견발표와 선거운동을 거쳐 9월7일부터는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회원국 협의 절차가 이어진다. 구체적인 회원국 협의 절차는 일반이사회 의장이 회원국들과 협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 이어 일반이사회에서 단일 후보를 채택해 사무총장이 최종 선출된다.

지난 8일 후보 접수가 마감된 WTO 사무총장 선거에는 유 본부장 외에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WTO 초대 사무차장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 △이집트의 압델-하미드 맘두 전 WTO 서비스국 국장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대사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의장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전 경제기획부 장관 △영국의 리엄 폭스 전 장관이 나선다.


당초 이번 선거전은 한국과 아프리카 후보의 대결 구도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영국이 뛰어들면서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관례상 WTO 사무총장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번갈아 맡아 왔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표심이 영국의 폭스 전 장관으로 향할 수 있다.

중국의 지지를 받는 아프리카 출신 후보도 변수다. 아프리카는 WTO 회원국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아직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특히 여성 후보인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다만 나이지리아와 함께 이집트, 케냐에서도 후보를 내 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유 본부장은 중견국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회원국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이 WT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1995년 2대 사무총장에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이, 2013년 6대 사무총장에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번엔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 중립적 이해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승산이 없진 않다는 분석이다. 유 본부장이 25년간 통상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췄다는 점도 강조할 수 있다.

유 본부장은 앞서 WTO 사무총장 출마를 선언하며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