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는 없지만…대기업집단 포함되는 쿠팡, 뭐가 달라지나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뉴욕 월스트리트 심장부에 휘날리는 태극기. 쿠팡의 상장을 앞두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건물에 쿠팡의 로고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돼있다./AFPBBNews=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로 인한 쿠팡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만큼 여러가지 규제들로 인해 쿠팡의 성장에 일정 부분 제약이 걸릴 수 있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집중감시대상에 오른다는 점은 노동자사망, 갑질 논란 등으로 곤혹스러운 쿠팡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30일 쿠팡을 자산 5조원이 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준대기업은 대기업에 준하는 규제를 받는 기업으로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대기업)' 기준인 총자산 10조원 이상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는 기업을 말한다. 쿠팡은 최근 물류센터 부지 가격이 상승해 한국 법인 기준 자산 규모가 5조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대기업으로 지정되면 크게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공시의무(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기업집단현황·비상장사) 등 규제를 받게 된다. 이 외에도 2016년 카카오가 준대기업으로 지정되며 76개에 달하는 규제를 새롭게 적용받았다고 발표한 것처럼 세부적인 규제들을 새롭게 적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경우 쿠팡 창업주 김범석 의장이 외국인이란 점에서 동일인을 김 의장으로 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지금까지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했던 사례는 없었다. 게다가 공정위가 여론을 우려해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한다고 해도 김 의장이 외국인 신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 있는 규제는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다.

물론 총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준대기업으로 지정된 것만으로도 공정위의 집중 감시 대상이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제는 가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없는 기업집단도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부당지원행위 금지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법률은 '특수관계인(대주주와 친족관계 등)'의 사익편취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김 의장이나 친인척이 별도로 소유한 회사가 아직까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쿠팡이 준대기업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제재가 이뤄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쿠팡 내부적으로도 준대기업 집단 지정이 앞으로의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의무'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쿠팡은 이미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마친 기업으로 공시 의무를 지닌다는 점에서 이 역시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공시하는 내용은 누구든 열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쿠팡에겐 공시의무 규제도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

또 이번 준대기업 지정으로 쿠팡의 한국법인이 공식적인 대기업으로 지정되는 게 아니란 점에서 규제의 강도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 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인수합병 등을 통한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준대기업에 이런 규제들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번 준대기업 지정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은 총 64개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쿠팡의 행보를 더 집중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 쿠팡은 입점업체 갑질 문제 등 공정위 관련 이슈가 계속되고 있어 해당 이슈 관련 공정위가 좀 더 강한 제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다음달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역시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정위의 집중 감시 대상이 될 수 있어 이러한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