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약속 돌연 취소...'사상초유' 한은 총재 없는 금통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은행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우리나라도 다음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후임 한국은행 총재 인선이 늦어지면 사상 처음으로 총재없는 금통위가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美 FOMC서 오늘밤 금리인상 가능성…긴축정책 본격화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p)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는 현행 0.00~0.25%에서 0.25~0.50%로 오른다.


한은은 '지정학적 위험 고조와 주요국의 통화정책 영향 점검'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관련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 등을 통해 연준이 올해 6~7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50%~1.75% 수준으로 인상하는 통화정책을 당초 예상대로 추진할 거라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위험으로 단기간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올해 안에 금리인상 속도는 기존 정책방향을 유지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 하원에 출석해 3월 FOMC에서 금리를 0.25%p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면 향후 회의에서 0.25%p 이상 금리 인상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2월중 물가상승률(CPI)이 7.9%로 물가목표 범위를 크게 상회하는 등 인플레이션 지속되고 있다. 이는 1982년 1월(8.4%) 이후 40년만에 최고치다.

이에 따라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최근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인 충격으로 인식해 통화정책 기조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노동상황이나 기대 인플레이션의 변화 등의 영향으로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가 지속되면 금리 상승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난을 받고 있다. 2022.3.10/뉴스1

다음달 금통위, 총재없이 열릴 듯…주상영 금통위원이 의장 대행미국이 본격적인 금리인상 사이클에 돌입하면서 국내 기준금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 금통위는 다음달 14일로 예정돼있다. 문제는 이주열 한은 총재 임기가 이달 31일 종료된 이후 한은 총재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내 물가상승률이 5개월 연속 3%를 넘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 총재의 부재는 국내 경제에도 부담이다. 서둘러 차기 한은 총재를 임명하지 않는다면 다음달 금통위가 총재없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총재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금통위 회의가 열린 적은 없다.

당초 이날 예정돼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취소되면서 한은 총재 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시장에선 이날 신구 권력 간 대화에서 후임 한은 총재 등 공공기관장 인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한은 총재 후보자는 인사추천위원회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 논의 등을 거쳐 대통령이 직접 최종 지명하는데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임명까지 통상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금통위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의장은 한은 총재가 겸임한다. 총재 직무 대행은 이승헌 부총재가 맡지만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은 금통위원 6명 가운데 한 명이 맡게 된다. 현재 직무대행 위원은 서영경 위원(2021.10.1∼2022.3.31)이며 다음 차례는 주상영 위원이다.

한은이 지난달 24일 진행한 '2022년 제4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금리결정은 다수결로 이뤄지기 때문에 총재가 없더라도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 이상이 같은 의견을 내면 인상이나 동결 등이 결정된다.

한은 관계자는 "당초 이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간 회동이 진행되면 차기 한은 총재 선임이 논의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무산되면서 인선 진행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며 "내부에서도 총재 공백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