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빠지면 성과급 안받겠다"…네이버·카카오 대표의 자신감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최수연 네이버(NAVER (188,500원 ▲6,300 +3.46%)) 대표가 기본급은 확 줄이고 주가 상승률에 따른 장기보상은 대폭 확대했다. 앞서 남궁훈 카카오 (32,800원 ▼600 -1.80%) 대표도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단기 매출성장 뿐 아니라 기업가치 확대라는 장기성과까지 동시에 잡겠다는 각오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반기보고서에서 국내 기업 중 이례적으로 최 대표의 보상체계를 공개했다. 최 대표는 △기본급여 20~25% △매출·영업이익 기반의 타깃 인센티브 30~35% △제한조건부주식(RSU) 45% 이상을 받는다. 한성숙 전 대표 재임 당시 12억원이었던 기본급여를 6억원으로 줄이고, 장기성과에 대한 주식보상인 RSU를 절반 수준으로 확대한 게 골자다.

최 대표는 지난 4월 신사옥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보상의 절반 이상을 장기적인 성과에 연계하도록 설계했다"라며 "주주들이 만족하는 시가총액이 나오지 않으면 변동이 큰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출 및 글로벌 이용자 목표를 달성하면 글로벌 IT 기업 못지않은 멀티플(multiple)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네이버 주가 떨어지면…최 대표 성과급도 '제로'

RSU란 특정기간 목표 달성 시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처럼 '주식을 특정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주식'을 제공해 주가 변동 우려가 적다. 스톡옵션은 주가와 행사가의 차액이 보상액이 되지만, RSU는 액면가 그대로 보상액이기 때문이다. 통상 연 단위로 분할지급하므로 임직원의 근속연수를 늘리면서 성과를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

최 대표는 12억원 상당의 4166주를 총 3년간 30%, 30%, 40%씩 분할받는다. 코스피200 기업 대비 네이버의 상대적 주가 상승률에 따라 기준금액의 0~150%를 지급한다.

예컨대 올해 배정된 RSU가 약 1250주(약 3억6000만원)라면 네이버의 주가 상승률에 따라 최소 0주에서 최대 1875주까지 받을 수 있다. 계약 체결 당시 주가(약 28만8000원) 기준 최대 5억4000만원에 달하는 규모인데, 지급할 때 네이버 주가가 올랐다면 더 큰 보상을 얻는다. 네이버 52주 최고가(45만4500원) 기준으로는 8억5000만원까지 치솟는다.

즉, 네이버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보상이 '제로'인 반면, 기업가치가 오르면 성과급이 급증하는 구조다. 경영진이 매출·영업이익뿐 아니라 주가 상승에도 분투해야 하는 셈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목표 달성이라는 조건부 제한이 걸려있어 성과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최 대표뿐 아니라 대부분 경영진이 장기성과 보상 비중을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단기 실적보단 '지속가능한 성장'에 무게

카카오도 경영진의 장기성과급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앞서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고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며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행사가도 15만원 아래로는 설정하지 않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궁 대표는 올 상반기 월 190만 원가량의 최저임금을 받았다.

지난달엔 이사회 보상위원회에서 '대표이사 뉴 보상제도 방향성에 대한 설명 및 승인안건'을 가결했다. 대표 개인의 선언을 넘어 체계적 장기성과급제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경영진의 성과기준과 목표수립 객관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의 실적이 보상과 연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사회와 고민을 시작했다"며 "구체적인 안건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성과급 위주의 보상체계는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도 연결된다"라며 "경영진이 단기 실적을 쫓기보단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독려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팀 쿡 연봉 83%가 RSU…"혁신 독려"

팀 쿡 애플 CEO. /사진=블룸버그통신

기본급보단 성과급 중심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이미 RSU 등을 활용한 장기성과급제가 활성화돼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2018 글로벌 250대 공기업 보상 조사'를 분석한 결과 미국 기업 CEO의 보상총액 75%가 장기 인센티브였다.

실제 미 SEC(증권거래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EDGAR)에 따르면 지난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보수총액 9873만달러 중 RSU 비중(8235만달러)은 83%를 넘었다. 기본급은 300만달러에 불과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경영진의 장기성과 창출을 위한 PSA 제도를 운영 중인데, 지난해 사티아 나델라 MS CEO 보상총액 4986만달러 중 PSA를 포함한 주식보상 비중이 66%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장기성과급제가 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 교수는 "기존 사업을 열심히 하면 매출과 이익은 상승하지만, 미래 성장성을 반영한 기업가치는 크게 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단기보단 장기성과에 중점을 둔 경영이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기업의 보상구조는 기업가치와 연동되지 않아 긍정적인 시도"라면서도 "다만 1990년대 미국에선 주가 상승에만 매몰된다는 비판도 나왔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