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1천억 과징금에 기업들 화들짝..."위반시 망할 수 도"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기업이 망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에 총 1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키로 하자 한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14일 개인정보위는 제15회 전체회의를 열고 구글에 692억4100만원, 메타에 308억600만원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구글·메타가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례 중에선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다.

역대급 과징금에 업계도 놀라는 분위기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3% 이하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구글·메타가 제출한 2019~2021년 매출액에서 국내 이용자 비율을 곱한 3개년 평균을 토대로 위반행위의 중대성, 기간 등을 고려해 최종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양청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조정국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5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의결한 구글과 메타의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3%도 수백억대 과징금이 나오는데, 개인정보위가 전체 매출의 3%로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위가 2021년 9월 국회에 제출한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엔 최대 과징금 범위를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 3%'에서 '전체 매출액 3%'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터넷업계 한 관계자는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3% 이하가 이 정도라면 전체 매출의 3%는 진짜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매출 기준으로 8조가 넘는 과징금을 내야 하는 셈"이라며 "심지어 구글·메타의 사례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이용자에 손해를 끼친 경우가 아니고 일부 특례를 어긴 사례인데 수백억 과징금이 부과된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 11개 협회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2차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들 단체는 "중소·벤처기업의 영업이익률이 2~3% 내외인 상황에서 과징금 부과 기준이 상향될 경우, 개인정보 처리가 필수적인 기업은 경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맞춤형 광고' 나쁘게만 보일까 우려↑ 한편에선 이번 제재로 '맞춤형 광고' 자체가 부정적으로 인식될까 우려한다. 맞춤형 광고란 웹·앱 방문, 구매·검색 이력 등 온라인상의 활동 정보로 이용자의 성향 등을 분석해 온라인 광고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네이버(NAVER (188,500원 ▲6,300 +3.46%))·카카오 (32,800원 ▼600 -1.80%) 등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가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여행지를 주로 검색한 이용자에게 여행상품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효율이 높아 광고주가 선호한다.

다만 네이버·카카오는 구글·메타처럼 타사 행태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자사 서비스 이용정보만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또 네이버·카카오 측은 "개인정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경우 명시적 동의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메타는 소비자 부주의를 이용해 자동결제, 서비스 가입, 개인정보 제공 등을 유도하는 '다크패턴'이 문제가 된 것"이라며 "이용자에게도 편익을 주는 맞춤형 광고가 나쁘게 보일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