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리더는 M&A 성장사

HSBC UBS 산탄데르 등 "먹으니 커졌다"

HSBC, UBS, 산탄데르 등 세계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금융회사의 발전사는 '인수·합병(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부 경영혁신 및 영업강화도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했지만 신시장 개척 및 기회 탐색에 대한 노력이 한 지역의 금융회사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게 했다.

은행전문지 '더뱅커'가 7월호에 공개한 '2008년 세계 1000대 은행' 리스트에서 세계 1위 자리는 HSBC의 몫이었다. 1865년 3월 무역항이던 홍콩에서 중국과 유럽의 무역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문을 연 HSBC는 1866년 일본을 시작으로 인도(1867년) 필리핀(1875년) 태국(1888년) 등 해외로 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20세기 초반 아시아의 근대화 바람을 타고 중국 일본 등에 인프라 자원에 대한 대출을 지원하는 등 사세를 키웠다. 그러나 중국 내전 및 공산당의 본토 점령 이후 중국영업을 폐쇄한 HSBC는 눈을 아시아에서 전세계로 돌리기 시작했다.


59년 인도 상업은행, 영국 중동은행을 인수한 HSBC는 80년 미국 머린미들랜드은행을 인수했고, 92년 영국 미들랜드은행을 인수하면서 비로소 세계적 은행으로 부상했다. 91년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93년 본사를 런던으로 옮긴 HSBC는 97년 브라질의 방코바메린더스, 99년 미국의 리퍼블릭뉴욕코퍼레이션, 사프라리퍼블릭홀딩스 등을 인수했다.

2000년 들어 프랑스 신용상업은행(CCF)을 인수했고, 멕시코 그루포파이낸시에로비탈(2002년), 미국 하우스홀드인터내셔널(2003년) 버뮤다은행(2004년) 등을 차례로 매입하며 덩치를 키웠다. 현재 국내에서 HSBC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UBS 트레이딩룸이 있다. 건물 곳곳에는 미국 국기 대신 스위스 국기가 걸려있다. 여기를 찾은 관광객은 UBS가 미국기업이 아닌 스위스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번 더 놀란다. 스위스 취리히와 바젤에 본사를 둔 UBS는 전세계 50여개국에 진출했다.

UBS는 98년 스위스 양대 금융그룹인 '유니언뱅크오브스위스'(UBS)와 '스위스뱅크코퍼레이션'(SBC)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이같은 메가딜 이후에도 '몸집 늘리기'는 꾸준히 계속됐다. 규모의 경쟁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 UBS는 영국 최대 증권사인 SG워버그, 뉴욕 인수·합병(M&A) 전문 투자은행 딜런리드를 매입했고, 미국 프라이빗뱅킹(PB) 업체 페인웨버도 사들였다.

올해 세계 순위 9위에 오른 산탄데르는 85년 당시만 해도 스페인 6위, 세계 순위 152위에 머무르는 은행이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상품개발 및 M&A를 통해 유럽지역 및 언어와 문화권이 같은 중남미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그 전략은 적중했다.

산탄데르는 94년 스페인 바네스토은행 인수로 스페인 1위 은행으로 성장했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독일 등에서 거의 매년 M&A를 해 덩치를 키워갔다. 특히 2004년 영국 6위 은행 애비를 인수하며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다.

이밖에 산탄데르는 RBS가 내셔널웨스트민스터은행(NWB) 인수시 26억4000만달러의 현금을 지원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RBS는 산탄데르가 브라질 4위 은행인 바네스파 인수시 적극 협력했다. 이들의 인연은 최근 성사된 ABN암로 인수건까지 이어졌다. 산탄데르는 지난해 10월 RBS, 포르티스와 함께 ABN암로를 710억유로(985억달러)에 사들이고 남미 및 이탈리아 소매금융부문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