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새 회계기준, 머리 아파요"

금융권에서 새 회계기준인 IFRS 도입을 앞두고 불만이 터져 나온다. 회계기준 전환비용이 수백억원대로 만만치 않은데다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계법인에 따라 기준이 제각각인 탓이다. 2009년 말까지의 시스템 개발 시한을 맞추기도 빠듯하다. 지방은행과 소형 보험사의 경우 비용부담으로 착수조차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은행권, "비용만 수천억원대"＝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금융사에 공문을 보내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위한 준비작업을 독려했다.


이 기준을 2011년 적용하려면 비교시점인 2010년부터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재무정보 작성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시스템 전환은 2009년 전후로 마무리해야 한다. 결산 월에 따라 은행권은 2009년 12월, 보험권은 2010년 3월, 저축은행은 2010년 6월까지다. 은행권은 기준 전환에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 걸리는 만큼 이미 1단계 컨설팅에 이어 2단계 전산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늘어나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스템 개발에 나선 국민은행은 500억원가량 들었고, 은행별로 400억원에서 6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통틀어 수천억원대에 육박할 것이란 계산이다.

당초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은행별로 전산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달라 결국 공동 개발은 무산됐다.


지방은행과 소형 보험사들은 비용부담이 커 속수무책이다. 부산은행은 1단계 컨설팅을 마쳤으나 2단계 시스템 개발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구은행도 다음달에나 시작할 예정이다. 상장사인 보험사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소속이어서 비용부담이 덜한 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인 만큼 정부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면서 "보험사나 지방은행의 경우 적용시기를 유예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법인별로 기준도 제각각＝회계법인의 기준이 통일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삼일·삼정·안진·한영회계법인 4곳 가운데 1곳과 계약을 했다. 이들이 금융권의 외감법인이기 때문이다.

새 회계기준에 따라 기존 원가 중심에서 공정가치 기준으로 금융자산을 평가하게 된다. 이를테면 상장이 안된 보유 주식의 경우 취득가가 아닌 현재 거래되는 가격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공정가치 평가를 위해 금융상품을 '활성'과 '비활성'으로 구분해야 하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은행권의 요구에 따라 지난 6월 4개 회계법인이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감사법인은 시스템 개발을 할 수 없는 규정이 있는데 이에 따라 감사법인과 개발법인의 기준이 다를 경우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공정가치 평가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어 적절한 기준을 선택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면서 "빠른 시일 안에 22개 항목에 대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보험권의 경우 부채의 시가평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모든 보험계약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하고 보험부채에 대해 책임준비금을 쌓도록 했지만 국제 회계기준마저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볼멘소리에 대해 '자업자득'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회계기준 도입은 수년 전에 예고됐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제회계기준은 전 세계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여서 비용부담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국제경쟁력이 없다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