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정말 '시장의 적'인가?

전세계적으로 공매도가 증시 불안의 원흉으로 취급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매도 원천봉쇄를 요구하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상황은 미국과 다르고, 공매도의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공매도 전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799개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 조치를 시작으로, 영국 금융감독청(FSA)도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독일, 캐나다, 호주, 대만 등도 이에 가세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규제에 대해 검토중이고, 주식대여를 가장 많이 했던 국민연금이 당분간 대여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의 공매도에 대한 규정과 미국의 그것은 다르다는 평가다. 일단 미국은 공매도와 관련된 모든 것이 허용돼 있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를 할 수 있는 '네이키드 숏 셀링(naked short selling)'이 가능하고, 매도 호가에 대한 제한도 없다. 참여 주체에 대한 제한도 없고, 주식 가격 제한폭도 없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는 일단 공매도를 할 경우 신고를 해야 한다. 또 네이키드 숏 셀링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공매도를 하려면 그전에 반드시 주식을 빌려야 한다. 매도 주문 역시 반드시 현재가보다 높은 가격에 내서 대기를 시켜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미국 공매도 제도는 전혀 제한이 없는 반면, 국내는 해당 규정이 철저히 지켜질 경우 공매도로 인해 주식의 가격이 크게 좌우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지천삼 증권거래소 주식매매제도팀장 역시 "기본적으로 우리 시장의 공매도 규모가 선진시장보다 많지 않고,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볼 만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또 코스피시장에서 공매도가 많았던 종목의 주가 움직임을 살펴본 결과, 공매도와 주가는 큰 연관성을 찾기 힘들었다.

지난 8월 한달동안 코스피시장에서 공매도가 많았던 상위 20개 종목의 해당기간동안 주가 등락률과 코스피지수의 등락률을 비교해 본 결과, 20개 중 코스피지수보다 하락률이 더 큰 종목은 9개였다.(표 참조) 공매도가 해당 종목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보기는 힘든 데이터다.


아울러 공매도의 순기능도 짚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공매도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실현을 위한 매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며 "또 투자자 입장에서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을 짤 수 있다는 기능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9월위기설,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공매도 이후 주가 하락을 위한 루머 유포, 신고하지 않은 공매도, 국내에서 금지된 네이키드 숏 셀링 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지금 있는 규제로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현재 금융위 등 감독 당국의 공매도 문제에 대한 대응도 위 사례처럼 규정에 어긋난 행위를 한 투자자를 색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고 있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금융감독원의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공매도를 할 때 현재 규정에 어긋난 행위들이 여러 건 드러났다"며 "주식시장의 유동성 증가와 가격결정의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공매도 전체가 문제화되는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과 현재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한 철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